오랜 기다림 끝에 잠시 피붙이를 만나 애달픈 사연을 털어놓고, 눈시울을 붉혔던 남북 이산가족들.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 그나마 혈육을 보듬을 수 있었던 사람들은 평생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북녘에 있을 제 피붙이를 생각하며 눈물로 날을 지새울 남쪽 이산가족들의 이야기가 이제 ‘영상편지’를 통해 북쪽에 전달될 수도 있다.
대한적십자사(한적)는 29일 남쪽 이산가족 1만명의 영상편지를 올해 말까지 만들어 내년 북쪽에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밝혔다. 한적은 지난 8월 영상편지 제작 작업을 업체에 맡겼고 이산가족의 집을 방문해 만들고 있다. 10여분 분량의 영상편지에는 안부인사, 상봉기대감, 고향, 추억 등이 담긴다. 한적은 영상편지를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담아 내년 북쪽에 전달할 계획이어서 정부 당국과 협의해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 사업에는 남북협력기금 20억1000만원이 쓰여, 영상편지 1통 당 20여만원이 들어간다.
영상편지 전달 사업은 이산가족 고령화로 사망자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을 보면, 9월 말 기준으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 생존자 6만6488명 가운데 53.9%가 80대 이상이고 90살 이상은 11.7%다. 해마다 상봉 신청자 4000여명이 상봉을 이루지 못한 채 숨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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