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줄줄 새는 바가지 ‘방사청’, 289억짜리 171억에 사고 2억짜리는 240억에

등록 2015-10-29 16:50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했나. 미국이 핵심기술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정무적 판단’으로 F-35A 구매를 결정하는 바람에 수렁으로 곤두박질치게 된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만 부실이 아니었다. 하늘뿐 아니라 바다에서도 군 장비 수입이 허투루 이뤄지고 있었다. 해군장비를 정상가격보다 100억원 이상 비싸게 사들이고, 2억원도 안 되는 장비 매뉴얼을 240억원에 구입했다. 이렇게 세금 낭비를 하고도 납품받은 장비가 엉망이었다. 뒤늦게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지만 계약도 엉터리로 해 무려 630억여원을 떼이게 생겼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이 해군전력을 증강하겠다면서 수백억원의 세금을 허투루 쓴 사실을 감사원이 들춰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방위사업청 담당 직원 1명의 징계를 요구했을 뿐이다. 관련자 3명에 대해선 ‘인사자료’로 쓰라고만 통보했다.

29일 감사원 자료를 보면, 방위사업청은 2010~2011년 미국 업체와 ‘복합식 소해장비’(기뢰 제거 장비)는 4490만달러(512억원), ‘기계식 소해장비’는 2538만달러(289억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감사원이 살펴보니 기계식 장비는 1500만달러(171억원)짜리였다. 가격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혈세 118억원을 날린 것이다. 게다가 이 업체는 소해장비 제작 능력도 없었다. 그런데도 자기들이 만든 것처럼 허위 증명서를 작성하고 다른 업체의 장비를 납품했다. 방위사업청은 속았다고 하고 있다. 이런 장비가 제대로 됐을 리 없다. 소음 수준 등이 성능 기준 미달이었고 일부 장비는 제조사는 물론 제조국도 알 수 없는 불량이었다.

방사청은 같은 시기 또다른 미국 업체로부터 ‘가변심도음파탐지기’(바닷속 물체 탐지 장비)를 5490만달러(626억원)에 구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장비 역시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방사청은 납품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돈을 줘버렸다. 시험성적서가 없는데도 납품을 하라고 계약을 맺어버렸다. 심지어 담당자가 여러차례 미국 출장을 가서도 장비 제작 현장을 가보지 않았다.

방사청은 이 장비들의 매뉴얼이나 기술자료를 2138만달러(243억원)에 사들였는데 알고 보니 15만달러(1억7800만원)어치밖에 안되는 것들이었다.

결국 방사청은 지난해와 올해 이들 업체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두 업체에 선금으로 준 7253만달러(828억원)을 돌려받아야 할 테지만, 자칫하면 1677만달러(191억원)밖에 못 돌려받을 상황이다. 5576만달러에 대한 보증서를 작성하지 않은 탓이다.

해당 미국 업체 두 곳의 2010년 매출액은 각각 441만달러(50억원)와 544만달러(62억원)에 불과했다. 군수업체로는 영세 수준을 못 벗어나는 곳인 셈이다. 방위사업청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감사원이 감사를 벌여 이 사실을 공개했다.

방사청이 계약부터 장비 납품까지 부실에서 시작해 불량으로 끝낸 바람에, 우리 해군의 소해함(기뢰 제거 군함) 전력화 시기는 3년 이상 미뤄질 것으로, 감사원은 전망했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담당 직원 1명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관련자 3명에 대해선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