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웅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맨 오른쪽)과 황철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맨 왼쪽)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쪽 지역 통일각에서 ‘8·25 합의’의 핵심 합의사항인 남북 당국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접촉을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2007년 제21차 회담이 마지막인 남북 장관급 회담이 다시 열릴 수 있을까. 당국회담을 열기 위해 남과 북의 회담 실무자들이 26일 판문점 북쪽 통일각에서 마주앉았다. 당국회담 수석대표로 누가 나설지 등 회담 형식과 의제를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려는 협상이 늦도록 이어졌다.
통일부는 이날 낮 12시50분께 남북 실무접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남쪽 대표단은 ‘회담’으로 잔뼈가 굵은 김기웅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을 수석대표로 김충환 통일부 국장, 손재락 총리실 국장이다. 북쪽은 금강산관광 사업 등 남쪽과 경제협력에 관여해온 황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을 수석대표로 김명철·김철영 등 3명이 나섰다. 이날 실무접촉은 오전 10시30분께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통일각의 회담 대표단과 서울 상황실을 연결할 직통전화 등 통신선로 개설 문제를 이유로 2시간20분 늦게 시작됐다.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급’ 문제로 결국 결렬된 2013년 7월 남북 접촉 때도 통신선로 문제로 시작이 지연됐었다.
양쪽 대표단은 오후 2시20분까지 전체회의를 열어 각각 기조발언을 통해 양쪽의 기본 방침을 밝힌 뒤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협상 분위기가 진지했다”며 “당국회담의 실무 문제를 타결하려고 노력했고 양쪽 서로 입장을 개진하고 관련 토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입장 차이는 있는 거다”라면서도 “(입장 차이가) 열가지 되더라도 순식간에 좁혀질 수 있고 한두가지라도 그것 때문에 깨지기도 한다.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당국회담 형식에 있어선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맞섰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남쪽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쪽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노동당 대남비서)이 수석대표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쪽은 통일전선부장 대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이 ‘급’이 맞다는 견해를 보여왔다. 남북이 8·25 합의에 앞서 몇차례 공방 끝에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쪽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전부장의 전례없는 ‘2+2’ 고위급 협의 형식을 취했던 것처럼 합의점을 찾아갈지 주목된다.
당국회담에서 남과 북이 우선 다루고 싶어하는 핵심 의제는 각각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남),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조처 해제 문제(북)이다. 특히 이산가족·금강산관광에 대한 양쪽의 견해차가 좁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 리충복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해 편지도 교환하고 자유롭게 상시 상봉하는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가자”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8·25합의 직후 국회에서 “5·24조처 해제가 금강산관광 재개의 선결조건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