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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주말 돌출한 ‘2개의 악재’…한반도 정세 역류하나

등록 2015-12-13 19:43

한반도 정세 이상기류
최근 몇 달 사이 개선 흐름을 타던 한반도 정세를 역류시킬지도 모를 두 건 악재가 11일 오후 몇 시간의 시차를 두고 잇달아 발생했다. 하나는 “중-조(북) 우호의 무대”(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를 연출하리라 기대를 모은 북한 모란봉 악단이 베이징 공연 직전 돌연 평양으로 돌아간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에서 이틀째 진행된 제1차 남북당국회담이 결렬된 일이다. 두 사건의 발생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터이고 서로 별개의 일이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결심’이 전제된 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모란봉 악단의 공연 취소가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돌 즈음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위 상무위원의 방북 및 김정은 제1비서와 만남을 계기로 본격화하던 북-중 관계 정상화의 흐름을 늦추거나 역류시킬 악재라면, 남북당국회담의 결렬은 ‘2+2 남북 고위급접촉’에 따른 ‘8·25합의’의 모멘텀을 약화시키거나 상실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다.

모란봉 악단 공연 취소

개선 기미 북-중 관계 영향 가능성
북 최고지도자 발언 비판이 원인
사건 여파 관리수습 시간 걸릴 수도

남북당국회담 결렬

남북 ‘8·25 합의’ 탄력 줄어들 우려
주고받을 의제 없어 접점 못찾아

12~14일 사흘간으로 예정됐던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은 단순한 문화 교류가 아니다. 북쪽은 모란봉 악단과 국가공훈합창단의 방중 책임자로 최휘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내세웠고, 중국 쪽에선 이들의 베이징 공연 주관 부서로 ‘당 대 당 외교’를 전담하는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나섰다. 이번 공연이 고도의 정무적 판단에 따른 정치 행사이자 북-중 최고위급 교류를 준비하는 행사의 성격을 지녔음을 방증한다. 쑹타오 중국 대외연락부장은 이번 공연을 “고도로 중시”한다고 했고,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통의 우의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추어올렸다. 북쪽 매체도 2012년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로 결성된 10인조 여성 밴드인 모란봉 악단의 첫 국외 공연을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이 공연이 돌연 취소됐다. 중국 쪽은 11일 자정 무렵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공작(실무) 측면에서 소통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해명했다. 북쪽은 아무런 공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온갖 설이 난무하지만, 모란봉 악단의 방중 이후 발생한 ‘수소폭탄 사건’을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북 <노동신문> 10일치 1면) 발언에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관련 당사국이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길 희망한다”는 비판적 논평을 내놓은 일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발언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공개 비판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다. 화춘잉 대변인의 발언이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고 봐야 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12일 “김 제1위원장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 뒤 중국 쪽이 관람 인사를 북쪽이 요구한 ‘최소한 정치국 상무위원급’보다 낮은 정치국원급으로 제안했다. 이를 보고 받은 김 제1위원장이 모란봉 악단을 철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수소탄 발언을 둘러싼 갈등이 중국 쪽 공연 관람자의 ‘격’ 논란으로 비화했다는 얘기인데, 모란봉 악단의 공연 취소라는 돌발 악재의 밑바탕에 핵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오랜 갈등과 이견이 깔려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1차 남북당국회담은 남북관계의 안정적 개선까지는 갈 길이 아주 멀며, 금강산관광 재개 여부가 그 핵심 시금석이 되리라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북쪽은 최대 관심사인 금강산관광 재개와 남쪽의 최대 관심사인 이산가족 상봉 등을 한 데 묶어 ‘동시 추진, 동시 이행’을 제기한 반면, 남쪽은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의 연계 불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따른 ‘민생·환경·문화 3대 통로’ 개설, 개성공단 3통(통신·통관·통행) 문제,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을 제기했다. 협상과 합의의 기본인 ‘주고받기’가 가능한 의제가 없으니 접점 찾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남쪽이 제시한 의제에 북쪽이 관심을 보일만한 ‘거래 대상’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모란봉 악단의 돌연 귀국과 남북당국회담 결렬 여파의 장기화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북쪽이 내년 5월초 36년 만의 (7차)당대회 소집을 예고한 상황이라 외부 환경 안정화의 필요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남과 북 당국은 내년 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 박 대통령의 새해기자회견 내용을 검토한 뒤 새로운 모색에 나서리라 전망된다. 북-중 양국은, “북-중 관계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전략적 관계”라는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상임대표(전 통일부장관)의 지적처럼, 모란봉 악단 공연 취소 사건의 여파를 관리·수습하는 데 힘을 쏟으리라 예상된다. 다만 그에 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이제훈 김진철 기자 nomad@hani.co.kr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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