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년 5월 초로 예정한 36년 만의 노동당 대회(7차)가 연기된 듯한 뉘앙스의 북한 주요 매체들의 보도 내용을 놓고 남쪽에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남쪽 언론과 외신의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북쪽 <조선중앙통신>은 다시 새로운 보도를 통해 노동당 대회가 계획대로 열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종의 ‘고침 기사’인 셈이다. 노동당의 방침에 따라 보도 내용과 수위를 철저하게 조절할 뿐만 아니라 남쪽 언론과 달리 속보 경쟁에 매달리느라 사실로 최종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서둘러 보도할 이유가 없는 북쪽 매체의 기사와 관련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태 전개다. 북쪽이 남쪽 언론과 외신 보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16일 오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삼천메기공장의 방대한 현대화 공사를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다음해 10월10일까지 얼마든지 끝낼 수 있다고 말씀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이날치 <노동신문>이 1면과 2면에 걸쳐 보도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삼천메기공장 현지지도 발언을 통해 당대회가 5개월 순연됐음을 공표한 것으로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었다. 앞서 북쪽은 내년 5월초 7차 당대회를 소집한다는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의 10월30일 결정서를 공개 발표한 바 있다.
‘7차 대회가 열리는 다음해 10월10일’이 논란의 촉발점이었다. 다음해 뒤에 ‘의’나 쉼표가 생략된 것이라면, 당 대회 예정은 달라지는 게 없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 매체 보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약간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대회 개최를 당 중앙위 정치국 결정서로 발표한 것처럼, 연기한다 해도 공식 발표가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일본 <교도통신>도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근거로 당 대회 연기를 보도했다가, 오후에는 “당 대회 개최가 한때 내년 10월로 연기됐다는 견해가 퍼졌지만 북한의 정보에 따르면 개최 시기는 변경되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남쪽의 통일부 담당 기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열리는’이 어느 대목까지를 수식하는가에 대한 논쟁(?)이었던 셈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티브이>로도 확인해보려 했다. <조선중앙통신>의 기사를 티브이 아나운서가 그대로 읽기 때문이다. 녹음까지 하며 해당 대목을 들어본 결과, ‘의’ 또는 ‘에’ 소리가 들렸지만 이 또한 명확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조선중앙통신>의 영문 기사도 확인해봤다. 해당 대목은 ‘…as early as possible and … in a few years…’(가능한 한 일찍…몇년 안에)로 뭉뚱그려져 표현돼 있었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조선중앙통신>이 논란의 종결자로 다시 나섰다.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은 ‘세계적 수준으로 전변될 삼천메기공장’이라는 기사를 새로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우리 당력사에서 특기할 사변으로 될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는 주체105(2016)년 5월 초에 열리게 된다”는 문장으로 끝났다.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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