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북한이 밝힌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오른쪽)이 지난 8월25일 새벽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합의문에 합의한 뒤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북 김양건 사망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당 비서)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온건·합리형으로 꼽히는 김 부장은 북한 최고지도자를 보좌해온 대남정책 실무 총책임자로 유일무이한 존재인데다, 8·25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마련된 제1차 차관급 남북당국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탓이다. 김 부장은 대외정책 분야에서도 와병중인 강석주(76) 당 중앙위원의 공백을 메우며 국제 담당 비서 노릇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김정은 시대 북한의 대남정책은 김 부장을 빼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 홀로 배석했고,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정상회담에도 깊이 관여했다. 2009년 김대중 대통령 서거 땐 조문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했으며, 지난해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 고위급 2명과 함께 참석했다. 지난 8월 남북 고위급 접촉 때는 북한 ‘권력 서열 2위’로 꼽히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북쪽 대표로 나섰다.
김양건 온건·합리형으로 꼽혀
두차례 남북정상회담 관여 김정은 현지지도 수행 빈도 3위
와병 강석주 대신 대외담당도
갑작스런 죽음, 김정은에도 타격 “교통사고” 발표…음모론 나올 소지 김 부장과 협상 경험이 많은 전직 고위 인사는 30일 “남북관계를 생각할 때 큰 손실”이라며 “김 부장의 구실이 워낙 커서 앞으로 북쪽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보좌해 대남정책을 실무적으로 책임질 인물이 누구일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직 고위 인사는 북쪽 최고지도자한테 직접 조언을 해온 김 부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북한의 대남정책과 남북관계에 끼칠 파장을 우려했다. 정부가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발 빠르게 북쪽에 조의를 표명한 것도,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끼칠 부정적 영향을 줄여보려는 조처로 보인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련 영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올해 152차례에 이르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공개 현지지도에 30차례 동행했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79회), 최근 부상하고 있는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43회)에 이어 수행 빈도 3위다. 김 부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김 제1비서한테도 상당한 타격이란 관측이 많다. 북쪽이 발표한 김 부장의 장의위원회 명단에, ‘혁명화 교육’을 받으러 지역 집단농장에 간 것으로 알려진 최룡해 당 비서와 숙청설이 나돈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김 부장의 갑작스러운 공백을 메우려는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룡해 비서는 대중국 관계, 원동연 부부장은 대남 관계에 오래도록 관여해온 인물들이다. 김 부장은 1942년 평남 안주 출생으로 김일성종합대학 불어과를 졸업한 뒤 노동당 중앙위 국제부에서 외교 경험을 쌓고 2007년 초부터 통일전선부 부장으로 일해왔다. 북쪽이 발표한 김 부장의 사망 원인이 교통사고라는 점 탓에, ‘권력 투쟁 와중에 사고로 위장한 타살’ 주장 등 음모론이 난무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 들어 북쪽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발표한 고위 인사로 김용순 당비서(2003년), 이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2010년) 등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평양의 교통신호체계가 부실한데다, 고위 인사가 탑승한 승용차가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일쑤로 과속 주행하는 게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철 이제훈 기자 nowhere@hani.co.kr
두차례 남북정상회담 관여 김정은 현지지도 수행 빈도 3위
와병 강석주 대신 대외담당도
갑작스런 죽음, 김정은에도 타격 “교통사고” 발표…음모론 나올 소지 김 부장과 협상 경험이 많은 전직 고위 인사는 30일 “남북관계를 생각할 때 큰 손실”이라며 “김 부장의 구실이 워낙 커서 앞으로 북쪽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보좌해 대남정책을 실무적으로 책임질 인물이 누구일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직 고위 인사는 북쪽 최고지도자한테 직접 조언을 해온 김 부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북한의 대남정책과 남북관계에 끼칠 파장을 우려했다. 정부가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발 빠르게 북쪽에 조의를 표명한 것도,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끼칠 부정적 영향을 줄여보려는 조처로 보인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련 영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올해 152차례에 이르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공개 현지지도에 30차례 동행했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79회), 최근 부상하고 있는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43회)에 이어 수행 빈도 3위다. 김 부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김 제1비서한테도 상당한 타격이란 관측이 많다. 북쪽이 발표한 김 부장의 장의위원회 명단에, ‘혁명화 교육’을 받으러 지역 집단농장에 간 것으로 알려진 최룡해 당 비서와 숙청설이 나돈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김 부장의 갑작스러운 공백을 메우려는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룡해 비서는 대중국 관계, 원동연 부부장은 대남 관계에 오래도록 관여해온 인물들이다. 김 부장은 1942년 평남 안주 출생으로 김일성종합대학 불어과를 졸업한 뒤 노동당 중앙위 국제부에서 외교 경험을 쌓고 2007년 초부터 통일전선부 부장으로 일해왔다. 북쪽이 발표한 김 부장의 사망 원인이 교통사고라는 점 탓에, ‘권력 투쟁 와중에 사고로 위장한 타살’ 주장 등 음모론이 난무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 들어 북쪽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발표한 고위 인사로 김용순 당비서(2003년), 이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2010년) 등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평양의 교통신호체계가 부실한데다, 고위 인사가 탑승한 승용차가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일쑤로 과속 주행하는 게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철 이제훈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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