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지리학자 루이 브리옹 드 라 투르가 1770년대 그린 조선과 일본 지도. 조선을 Coree로 표기하고 있다. 당시에는 영어권에서도 조선을 COREA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싱크탱크 광장
왜 ‘COREA’인가
왜 ‘COREA’인가
북한이 오는 5월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영문 국호를 KOREA에서 COREA로 바꾼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북한은 무엇보다도 일제 식민잔재 청산이라는 구호를 들고나오면 북한 주민들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애초 국제사회에 통용됐던 COREA라는 영문 국호가 일제 통치자들에 의해 KOREA로 바뀌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9월21일 북한 인터넷 사이트 ‘내나라’에 실린 김일성종합대학 박학철 박사의 논문이다. 박 박사는 이 글에서 국호는 “나라의 존엄과 영예를 집약적으로 반영한 국가의 공식적인 호칭”으로서 “해당 나라의 자주권과 관련한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자주권이 일제 식민지 통치를 거치면서 왜곡되고 침해됐다는 것이다.
박 박사는 “코레아는 역사적으로 볼 때 고려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고 그에 대한 표기는 영어문자 ‘C’로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유럽에서 쓰인 최초의 국호 기록은 “프랑스왕 루이 9세와 로마법왕 인노켄티우스 4세의 명령으로 몽골에 사신으로 갔던 프랑스인 선교사 뤼브루크의 여행기”라면서 여기에 “중국 동쪽에 ‘Caule’라는 나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전한다.
을사늑약 이후부터 ‘KOREA’ 병기
북 ‘일제 식민잔재 청산’ 주장땐
주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 얻을듯 그는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에도 우리나라가 ‘Cauly’라고 소개돼 있는 등 모두 C로 시작하는 국호를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1570년 지리학자 오르텔리우스의 <세계지도첩>, 하멜 표류기, 1875년 <영국백과사전> 등에도 모두 C로 시작되는 국호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어 국호는 점차 Coree 등으로 변화하다 최종적으로 COREA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선은 1882년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프랑스 등 각국과 국교를 맺으면서 모두 COREA를 국명으로 사용했다. 변화가 생긴 것은 일본에 의해서다. 박 박사는 일제가 1905년 ‘을사늑약’ 이후 “기만적인 ‘보호국화’의 간판을 유지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온 COREA를 그대로 쓰면서도, 그것이 어학적으로 불합리한 면이 있기 때문에 KOREA도 함께 쓴다는 얼토당토않은 구실을 내대면서 저들의 범죄적 기도를 은폐”하였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일제는 “1905년부터 조선봉건정부를 강박하여 교환한 각종 조약문들과 각서들의 영문판들에서는 조선의 국호를 COREA로 표기하면서도 통감부 관보를 비롯한 대외적 성격을 띤 문건들과 출판물에서는 KOREA로 표기하였다”는 것이다. 박 박사는 이후 “1910년 한일합병을 계기로 조선의 국호 표기를 KOREA로 완전히 날조하였다”고 주장했다. 만일 북한이 올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호를 KOREA에서 COREA로, 즉 DPRK에서 DPRC(Democratic Republic of Corea)로 바꾼다면, 이것이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점을 강하게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남한 사회에선 김영삼 대통령 시절 일제 잔재라는 이유로 중앙청을 없앤 것이 당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만일 KOREA를 COREA로 바꾸는 여론전을 펼칠 때 북한 주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지도부로서는 해볼 만한 사업인 셈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북 ‘일제 식민잔재 청산’ 주장땐
주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 얻을듯 그는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에도 우리나라가 ‘Cauly’라고 소개돼 있는 등 모두 C로 시작하는 국호를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1570년 지리학자 오르텔리우스의 <세계지도첩>, 하멜 표류기, 1875년 <영국백과사전> 등에도 모두 C로 시작되는 국호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어 국호는 점차 Coree 등으로 변화하다 최종적으로 COREA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선은 1882년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프랑스 등 각국과 국교를 맺으면서 모두 COREA를 국명으로 사용했다. 변화가 생긴 것은 일본에 의해서다. 박 박사는 일제가 1905년 ‘을사늑약’ 이후 “기만적인 ‘보호국화’의 간판을 유지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온 COREA를 그대로 쓰면서도, 그것이 어학적으로 불합리한 면이 있기 때문에 KOREA도 함께 쓴다는 얼토당토않은 구실을 내대면서 저들의 범죄적 기도를 은폐”하였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일제는 “1905년부터 조선봉건정부를 강박하여 교환한 각종 조약문들과 각서들의 영문판들에서는 조선의 국호를 COREA로 표기하면서도 통감부 관보를 비롯한 대외적 성격을 띤 문건들과 출판물에서는 KOREA로 표기하였다”는 것이다. 박 박사는 이후 “1910년 한일합병을 계기로 조선의 국호 표기를 KOREA로 완전히 날조하였다”고 주장했다. 만일 북한이 올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호를 KOREA에서 COREA로, 즉 DPRK에서 DPRC(Democratic Republic of Corea)로 바꾼다면, 이것이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점을 강하게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남한 사회에선 김영삼 대통령 시절 일제 잔재라는 이유로 중앙청을 없앤 것이 당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만일 KOREA를 COREA로 바꾸는 여론전을 펼칠 때 북한 주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지도부로서는 해볼 만한 사업인 셈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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