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 배치 논란
북 핵실험 뒤 공론화 급진전 양상
WSJ “한-미 막바지 협상” 보도
국방부 공식 부인하면서도
이전과 달리 “사드 배치 안보에 도움”
중국 “대가 치를 준비” 노골적 경고
한·중관계 악화땐 경제 타격 불가피
북 핵실험 뒤 공론화 급진전 양상
WSJ “한-미 막바지 협상” 보도
국방부 공식 부인하면서도
이전과 달리 “사드 배치 안보에 도움”
중국 “대가 치를 준비” 노골적 경고
한·중관계 악화땐 경제 타격 불가피
미국 미사일방어의 요격 수단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다시 불거져 동북아 정세에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논란도 겉으론 그동안 익숙하게 보아온 미국 쪽의 ‘군불때기’와 한국 정부의 ‘뒷수습’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는 미국 언론이 나섰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28일 “한·미가 사드 배치를 둘러싼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고 이르면 다음주나 그 다음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보도 내용을 공식 부인했다. 그런데 김 대변인은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사족을 달았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 무엇보다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미의 강력한 대북 제재 일변도 대응에 중국 정부가 반대해, 한·미 대 중국의 대립·갈등이 표면화하는 미묘한 시점에 사드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 쪽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임박’ 첩보가 흘러나오는 대목을 두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려는 ‘외곽 지원’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다시 들먹이는 배경에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 사회 일각에서 불거진 ‘자체 핵무장론’의 목소리를 겨냥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확장억제력(핵우산)’ 제공을 재확인하는 것 말고도 뭔가 한국의 핵무장 여론을 달랠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고, 사드는 한국에 북핵 위협에 대한 ‘심리적 진정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를 앞세운 한·미의 중국 압박이 역효과를 낳을 위험이 크다. 한반도 전략을 잠재적인 미-중 대결 구도를 염두에 두고 짜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여전히 완충지대 북한이 필요하다. 더욱이 북핵 실험을 계기로 한·미·일의 3각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미 양국 정부의 ‘사드 배치’ 논란을 앞세운 중국 압박은 의도한 북·중 분리 효과보다 북·중 밀착의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한·중 관계 악화도 우려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에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보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중국으로서도 한·중 관계 악화가 한국을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쪽으로 더욱 밀어넣는 악수가 될 위험이 있어 보복에 나서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어떤 형식으로든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의 미국 미사일방어(엠디·MD) 편입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미·일은 올해 말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세 나라의 미사일방어망을 통해 실시간 공유하기로 한 상태이다. 이미 한·미·일 간 네트워크로 연결된 미사일방어망에 주한미군의 사드까지 얹혀지면 3국 간 미사일방어 통합의 완성도가 더 높아지게 된다.
문제는 3국 간 안보협력이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동원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북·중 간 또는 북·중·러 3각 안보협력이 강화돼,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결과 갈등의 파고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종대 군사평론가는 “대중국 압박용으로 거론된 사드 문제에 우리가 잘못 대응하면 자칫 미국 주도 한·미·일 안보 협력에 더 깊이 빨려들어가 중국 포위에 동원될 수 있다”며 “강력한 대북 제재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대화 등을 통해 중·러를 포함한 주변국이 모두 동참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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