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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단독] ‘통일부 장관 발언 취소’ 자료는 청와대 작품

등록 2016-02-17 01:12수정 2016-02-19 09:20

‘개성공단 자금 전용’ 청와대 뜻대로
“증거없다” 국회 실토 몇시간 뒤
“그런 보도는 발언 취지와 달라”
앞뒤 안 맞는 네 문장 해명자료
공단폐쇄 근거 못 대자 ‘청’ 적극개입
통일부 “청와대와 조율해 작성”
15일 저녁 8시10분께 ‘보도 해명자료’가 통일부 기자단에 뿌려졌다. 기자들 사이에 당혹감이 분출했다. 이날 오후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국회 발언이 “취지와 다르게 보도됐다”는 게 이 자료의 뼈대여서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의 핵심 근거가 되는 ‘증거자료’를 둘러싼 공방은, 홍 장관이 국회에서 “증거는 없다”고 사과해 정리되는 듯했다.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된 증거자료가 “있지만, 공개할 수 없다”던 홍 장관은, 여야 의원들의 날선 질의에 밀려 “확증이 없다”고 시인했다.

뒤늦은 ‘해명자료’는 “통일부 장관이 말을 번복했다거나 개성공단 자금 유입의 증거가 없다고 보도한 것은 장관의 발언 취지와 다름”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노동당에 들어간 70%에 해당하는 (개성공단 임금 등)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얼마나 사용되는지 정확하게 확인되기 어렵다는 취지임”이라고 앞뒤가 안 맞게 설명했다. 이 네 문장짜리 ‘해명자료’로 ‘증거’ 관련 국회 발언은 취소되는 것이라고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설명했다.

청와대가 이 해명자료 작성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정부 소식통은 16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주도한 청와대가 해명자료 작성 역시 주도했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잠정중단론’을 개성공단 제재 논의 과정에서 묵살당한 홍 장관이, 박 대통령이 주도한 ‘전면 중단’의 논리적 근거를 국회에서조차 성공적으로 제시하지 못하자 청와대가 적극 개입한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 해명자료는 통일부가 청와대와 조율해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해명자료는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홍 장관이 한 발언을 다시 뒤집은 것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여러 차례 드러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회 경시 태도가 또다시 확인된데다, 홍 장관은 국회에서 위증 혐의까지 받을 처지에 몰렸다.

홍 장관은,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증이 있냐’고 묻자 “한번도 확증이 있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이 “핵·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증거는 없다는 거냐”고 다시 질문했을 때도, 홍 장관은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도 해명자료는 “개성공단 자금 유입의 증거가 없다고 보도한 것은 장관의 발언 취지와 다르다”며 홍 장관의 국회 발언을 뒤집었다. 야당에서 홍 장관 해임 촉구가 거센 까닭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홍 장관의 국회 발언이 실제 통일부의 개성공단 관련 기본 견해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자금 전용과 관련한 확증이 없는 상태에서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보다 ‘잠정 중단’ 정도가 고려될 수 있다는 의견이 통일부 안에 많았다. 청와대와 통일부의 개성공단 관련 기본 견해가 달랐던 것이 홍 장관이 혼동하게 된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또다른 정부 소식통은 “14일 ‘케이비에스 일요진단’의 홍 장관 발언이 청와대의 기본 스탠스(입장)인데 국회 질의 과정에서 통일부 입장과 뒤섞여 혼동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증거자료’ 소동이 빚어진 다음날인 16일, 박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태연히 ‘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무기개발 전용론’을 거듭 제기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하고도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관련영상] ‘박근혜발 북풍’, 대통령의 무지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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