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섭 해군총장의 부인 안미희씨가 홍범도함 진수줄을 끊고 진수하고 있다. 사진 해군 제공
최대 20노트 속도 기동…순항미사일 ‘해성-3’ 탑재
해군의 214급 잠수함 7번함 ‘홍범도함’ 진수식이 5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렸다.
홍범도함은 배수량 1800톤, 전장 65m, 폭 6.3m, 승조원 40여명이며 최대 20노트(37㎞)의 속도로 기동할 수 있다. 대함전, 대잠수함전, 공격기뢰 부설 임무 등을 수행하며, 순항미사일 ‘해성-3’ 등을 탑재한다.
해군은 현재 배수량 1200톤인 209급 잠수함 9척과 214급 잠수함 6척을 작전 배치하고 있다. 209급, 214급의 분류는 이들 잠수함을 설계한 독일에서 붙인 모델명에 따른 것이다. 독일은 여러 종류의 잠수함을 설계·건조하며 순차적으로 201급, 205급, 206급, 212급 등으로 모델명을 붙였는데, 이 가운데 209급과 214급은 국외 수출용이다. 해군은 앞으로 214급 잠수함을 모두 9척 전력화할 계획이며, 2020년대에는 3000톤급 잠수함도 도입할 방침이다. 해군 관계자는 “우리도 독일의 209급과 214급 잠수함 건조 기술을 들여와 국내에서 건조하며 기술력을 쌓았다”라며 “3000톤급 잠수함은 이렇게 확보한 순수 우리 기술로 건조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14급 잠수함은 디젤-전기 추진 방식의 209급 잠수함과 달리 AIP(공기불요추진체계·Air Independent Propulsion) 추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디젤-전기 잠수함은 잠항 중에는 충전된 전기를 사용해 기동하다가 충전된 전기를 다 사용하면 디젤 엔진으로 다시 전기를 충전한다. 그러나 디젤 엔진을 돌리려면 공기가 필요해 흡기통을 물 위로 올려야 한다. 이 과정을 ‘스노클링’이라고 하는데, 이 때가 잠수함이 가장 취약한 시기다. 흡기통이 수면 위로 노출되고 디젤 엔진의 소음과 열 탓에 적 함정이나 항공기에 발각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AIP 추진 잠수함은 축전지 충전을 위해 필요한 공기를 잠수함에 저장해 수중에서 디젤 엔진을 돌려 충전하거나 추진에 필요한 전원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해군본부 정훈홍보실이 지난달 펴낸 <간편 해군 가이드북>은 “이 AIP 시스템을 탑재하면 잠항 지속시간을 2~3주 정도 연장시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214급 잠수함은 209급보다 덩치가 큰 만큼 당연히 작전 범위가 더 넓고 무장력도 앞선다. 214급 잠수함은 특히 잠대지 순항미사일 ‘해성-3’로 적 핵심 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최대사거리 1000㎞인 해성-3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순항 미사일 ‘현무-3’ 계열의 잠수함 발사용이다.
육상에서 발사되는 순항미사일이 현무-3이라면, 함정에서 발사되는 게 해성-2,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이 해성-3이다. 최대 사거리 1000㎞인 만큼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있다. 해성-3은 잠항 중인 잠수함의 어뢰관에서 방수 캡슐에 담겨 발사된다. 캡슐이 해수면 위에 닿으면 캡슐 뚜껑이 열리고 미사일 엔진이 점화돼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 1000㎞를 비행하는 데 20분 남짓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09급 잠수함의 이름은 ‘바다와 관련해 국난 극복에 공이 있는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땄다. 장보고함, 최무선함 등이 있다. 214급은 ‘항일독립운동에 공헌하거나 국가 위기 극복에 기여한 위인’의 이름을 붙인다. 1번함은 초대 해군참모총장의 이름을 딴 손원일함이며, 2번함은 고려시대 수군 창설과 남해안 왜구를 격퇴한 정지 장군의 이름을 함명으로 삼았고, 3번함부터는 안중근함, 김좌진함, 윤봉길함, 유관순함 등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붙였다.
일제강점기 만주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을 기린 이번 214급 7번함의 진수식에는 정호섭 해군총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대표 등이 참석했으며, ‘진수’(進水)는 해군의 관습에 따라 주빈인 정 해군총장의 부인 안미희씨가 함정에 연결된 진수줄을 절단하며 이뤄졌다고 해군이 밝혔다. 홍범도함은 앞으로 함 내부에 각종 전자 장비와 설비 등을 장착하는 추가 작업을 마친 뒤 내년 7월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홍범도함의 진수줄이 절단되고 있다. 사진 해군 제공
정호섭 해군총장 등 관계자들이 홍범도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4번째 군복 차림이 정 총장이며, 3번째가 부인 안미희씨, 2번째가 권오갑 현대중공업 대표. 사진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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