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탈출 북한 해외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출해 7일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 13명이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이 사진은 통일부가 언론에 제공한 것인데, 이 장면이 언제 어디에서 촬영된 것인지는 통일부도 모른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
현지 소식통 “북, 여권 사본 확보”…정부 공개로 신변 위태
류경 식당 중국인 책임자 “남은 7명 북한이 닝보에서 관리”
류경 식당 중국인 책임자 “남은 7명 북한이 닝보에서 관리”
북한 당국이 중국 저장성 닝보의 식당 ‘류경’에서 탈출한 지배인(경리) ㅎ(36)씨와 여성 종업원(봉사원) 등 13명의 신원을 모두 파악하는 등 관련 조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식당에서 일하던 전체 20명 중 나머지 7명은 북한 당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이례적이고 성급한 ‘집단 탈북’ 공식 발표로 이들 북한 식당 노동자들의 신변이 일찌감치 북한 당국에 노출된 셈이다.
13일 <한겨레> 취재 결과, 북한 당국은 남쪽 정부가 집단 탈북했다고 8일 공개한 북한 식당 노동자 13명을 12일 모두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소식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은 “해당 13명의 여권 사본을 북한 당국이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7일 입국한 이들은 남성 지배인 ㅎ씨와 37살 ㄹ씨를 비롯한 여성 12명이다. 이 여성들 중 대다수는 20대로, 9명이 22~25살이다. 이 가운데엔 17살 미성년 여성도 있다.
류경에서 일해온 북한 노동자 20명 가운데 탈출한 13명을 뺀 나머지 7명은 북한 당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귀환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중국 닝보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함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소식통은 “봉사조 7명은 이미 9~10일께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다만 이 식당의 중국인 경영책임자 ㅇ씨는 “(남은 사람들은) 닝보에 조선(북한) 쪽과 같이 있고, 한 이틀 뒤 (북한으로) 돌아가겠지”라고 전했다.
탈북한 13명과 잔류한 7명 등 이 식당의 북한 종업원 20명 전원을 확인하는 등 북한 당국은 관련 조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13명의 출국 직후 중국 공안에 신고한 실종신고는 철회하고 ‘남조선 정보기관의 유인납치’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담화(12일 저녁)를 내어 “(남쪽이) 우리 인원들을 유인납치하여…10여명씩 집단적으로 회유기만하여 ‘탈북’시키는 노골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 것도 그래서다.
탈북자가 발생하면 북한 보위부는 남한 입국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한 실종신고를 내고 행방불명으로 처리해 마무리하는 게 통례다. 그러나 이번처럼 남쪽 정부가 직접 ‘집단 탈북’이라고 공식 발표하면, 이들의 북한 가족 등은 주거지에서 추방되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여러 탈북자와 탈북자 문제에 밝은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지적했다. 20대 여성 종업원들의 부모 등 가족은 북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집단 탈북’ 공개로 남과 북 사이의 감정의 골은 더 깊게 패일 전망이다. 북쪽은 조선적십자회 대변인 담화에서 “남조선당국은 천인공노할 유괴납치 죄악에 대해 사죄하고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상상할 수 없는 엄중한 후과와 특단의 징벌 조치가 뒤따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내어 “집단 귀순은 자유의사에 따른 것으로 북한의 억지 주장은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 도발 위협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맞받았다.
김진철 기자, 닝보/김외현 특파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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