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한 곳으로 추정되는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식당인 류경식당. 닝보/연합뉴스
중국인 경영책임자 인터뷰
“먼저 탈출 시도한 여성 종업원 3명은 돌아왔는데
이들 찾아나선 13명이 한국에 간 건 모두 준비된 일
탈북 주도한 지배인이 경영진 돈 2억여원 가지고 떠나”
“먼저 탈출 시도한 여성 종업원 3명은 돌아왔는데
이들 찾아나선 13명이 한국에 간 건 모두 준비된 일
탈북 주도한 지배인이 경영진 돈 2억여원 가지고 떠나”
중국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 과정에 처음부터 한국 정부가 개입했음이 분명하다고 이 식당의 중국인 경영책임자가 말했다. 이 주장은 북한 종업원들이 긴 시간 협의를 거쳐 “자력으로” 탈북했다는 정부 발표와는 크게 달라 주목된다.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 식당 ‘류경’의 중국인 경영책임자 ㅇ씨는 1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탈출 과정은 100%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간단하고 편리하게 처리했을 수가 없다”며 “당연히 한국 쪽”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종업원 3명이 먼저 탈출을 시도했으나 식당으로 돌아왔고, 이들을 찾겠다며 나선 13명이 오히려 한국에 갔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이런 일은 모두 미리 준비된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ㅇ씨는 이번 탈북을 주도한 인물과 관련해 북한 여성종업원들의 여권까지 관리하면서 ‘지배인’(경리)으로 불린 ㅎ(36)씨를 지목하며 “분명하다”, “확실하다”고 거듭 말했다. 아울러 ㅎ씨가 자신을 비롯해 주주들의 돈을 가져갔다며, 그 액수가 120만~130만위안(약 2억1200만~2억3000만원)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ㅎ씨가 금전 문제가 있었다며 “닝보에 오기 전부터 빚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탈출한 여성종업원들이 한국 입국을 희망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ㅇ씨는 “확실하게 말하기 힘들다”며 “시간이 좀 지나서 (중국) 당국의 처리(조사) 결과가 나오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ㅎ씨 탓에 ‘공범’이 되어 가족들마저 위험하게 만들었다며, “ㅎ씨 한 사람이 저지른 일이 도대체 몇명에게 해를 끼쳤나”라고 말했다.
‘탈북’하지 않고 남은 종업원 7명의 행방에 대해 ㅇ씨는 “5명은 오늘(13일) 오전에 닝보를 출발해 조선으로 돌아갔다”며 “나머지 2명은 6일 이후 행방을 모르겠다. 내 생각엔 중국에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ㅎ씨의 부인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ㅎ씨의 부인은 지난해 (북한으로) 돌아갔다”며 “여기(닝보)에서 ‘부인’이라고 불린 건 ㅎ씨와 관계가 좋았던 종업원”이라고 말했다. ㅎ씨는 앞서 결혼 1년 반 된 부인을 두고 한국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닝보/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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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한 중국 닝보의 북한 식당 ‘류경’에서 이번 사건이 있기 전 북한 종업원들이 공연을 하는 모습. 류경식당 누리집 갈무리
다음은 중국인 경영책임자 ㅇ씨와의 전화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오늘은 시간 괜찮나?
“시간 좀 지나서 얘기하자.”
-남은 사람들은 북한 쪽과 같이 있나?
“그렇다. 5명은 오늘 오전에 닝보를 출발해 조선(북한)으로 돌아갔다. 닝보에 온 대사관 사람과 같이 갔다.” (ㅇ씨는 이날 첫 인터뷰에서는 “닝보에 있다”고 밝혔으나, 나중에 접촉했을 때는 이같이 답했다.)
-나머지는 어떻게 됐나?
“2명의 행방은 모르겠다. 이 둘은 (처음으로 종업원들이 사라진 이튿날인) 6일 이후 행방을 알 수가 없다.
-한국에 간 13명은 원해서 간 건가?
“뭐라 해야 할까...”
-속아서 갔나?
“꼭 그런 건 아니겠지. 확실하게 말하기 힘들다.”
-원하지 않았던 건가?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몇은 그랬다고 본다. 그저 관찰에 따른 것 뿐이라 꼭 그렇다고 말할 순 없지만 느낌에 그렇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지 확실히 말하지 못하겠다.”
-식당은 다시 열 건가?
“어떻게 여나.”
-어제 (중국인) 종업원들은 월급 받을까 걱정하던데.
“월급은 줄 거다. 하지만 일이 처리가 좀 되고 나서.”
-ㅎ경리(지배인)가 (탈북을) 주동한 건가?
“그건 분명하다. 확실하다.”
-ㅎ경리에게 금전 문제가 있었나?
“있었다. 닝보에 오기 전부터 빚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신들 돈을 가져갔다고?
“맞다.”
-150만 위안?
“그만큼은 아니고.”
-100만 위안 이상?
“그렇다.”
-120만~130만 위안?
“대충 그 정도라고 하자.”
-ㅎ경리에게 도박 문제가 있었나?
“모르겠다.”
-5일 갈 때 누가 도와줬나?
“탈출 과정은 100%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간단하고 편리하게 처리했을 수가 없다. 당연히 한국 쪽이다.”
-3명은 갔다가 돌아왔다고?
“걔들은 (한국으로) 못 가겠다고 해서 온 거고.”
-찾으러 갔던 13명이 한국 가버린 거지?
“그렇다. 다 미리 준비가 된 거다.”
-ㅎ경리 부인은 남았다면서?
“부인은 조선에 있다. 작년에 돌아갔다.”
-류경에서 일한 게 아니고?
“그렇다. 여기서 부인이라고 불렸던 애는 ㅎ경리와 사이가 좀 좋았던 직원이다.”
-한국에 간 종업원들은 ‘한국에 가고 싶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분명치 않다. 우리 일이라는 게. 걔들(북한 종업원들)은 우리와 얘기를 안 한다.”
-종업원들이 왜 한국으로 간 걸까?
“단정하기 너무 이르다. 바람이 좀 잦아들면 얘기하자. 내부 사정이 굉장히 많다. 당신이 닝보에 있어봤자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두 세사람 밖에 모르는 일들이다. 시간이 좀 지나서, 처리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 거다. 우리도 (중국) 정부 처리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얘기하기 힘든 게 많다.”
-한국 정부의 공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공개하면, 이 종업원들이나, 그 가족들이나 모두 통제당할 것이다. ㅎ씨 한 사람이 저지른 일이 도대체 몇명한테 해를 끼쳤나. 우리는 그만큼 큰 금액의 손해를 입었고, 종업원들한테는 가정에 참담한 불행을 주고.”
-당신이 ㅎ경리와 크게 싸웠다는 얘기도 있던데?
“아니, 아니다. 그냥 이번 상황 때문에 몇 마디 한 것 뿐이다. 그게, 아직 분명치 않아. 어떻게 그런 것도 알아.”
-ㅎ경리랑 사이는 좋았나?
“줄곧 아주 좋았다. 그는 닝보에서 나랑 제일 관계 좋은 사람 중 하나다.”
-12명은 왜 같이 갔을까?
“식당 일 잘 되고 나면 (나중에) 얘기합시다.”
[단독]“북 당국, 탈북 13명 신원 파악, 7명 북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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