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미사일은 미사일이고 로켓은 로켓이다.
4월13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로켓발사 뉴스를 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북한이 2월7일 발사한 장거리 발사체 ‘광명성’은 미사일일까, 위성일까.
북한은 위성 발사라고 하고 국방부는 미사일 발사라고 한다. 북한은 2012년 12월에는 ‘은하 3호’를, 이번에는 ‘광명성’을 발사해 위성을 두 차례 지구 궤도에 올려 위성 발사임이 입증됐다고 주장한다. 국방부는 위성발사와 탄도미사일 발사 기술이 사실상 같다는 점을 들어 위성 발사로 위장한 탄도미사일 발사라고 반박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북한의 경제개발 단계 등에 비춰 위성을 쏠 만한 입장이 아니고 궤도에 올라간 위성이 사실상 거의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제시한다. 그러나 주로 정황론에 가까운 것이어서 딱 부러진 근거로는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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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이라는 국방부
지난달 27일 군 당국이 그렇게 판단하는 구체적 근거를 들을 기회가 모처럼 있었다. 2월7일 발사된 북한 ‘광명성’ 잔해물의 분석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였다. 설명하러 온 이는 직접 분석 작업에 참여했던 전문가였다. 군 당국자는 아니지만, 군 관련 경력을 오랫동안 쌓아온 분이다. 국방부는 보안상의 이유 등을 들어 이 전문가의 신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날 이 전문가의 발언은 국방부 입장과 떼어놓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개인 경력으로 봐도 그렇고, 이날 설명 자리가 국방부가 마련한 기자설명회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 전문가가 북한의 ‘은하 3호’ 또는‘광명성’이 미사일인 이유로 제시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북한이 2월 7일 발사한 광명성의 상단에 있는 페어링(위성 보호덮개) 내부 구조다. 이번에 북한 발사체의 잔해 중에 페어링을 수거했는데, 페어링 안에 당연히 있어야 할 위성 보호 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위성을 보호할 의도가 없었다는 뜻이고 따라서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고 활용하기 위한 뜻이 없었다는 방증이니, 곧 미사일 발사거나 적어도 미사일 개발을 위한 발사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해군이 페어링 잔해를 수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12월 발사 때는 찾아내지 못했다. 이 전문가의 설명은 이렇다. “이번에 절반 정도 잘려나간 페어링을 수거했는데, 페어링 내부에 위성보호를 하려는 장치가 없었다. 로켓이 날아가면 엄청난 진동과 충격이 있다. 그래서 위성을 보호하기 위해선 페어링 내부에 진동충격 방지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기계장치가 전혀 없었다. 또 소리도 엄청나게 심하기 때문에 음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쿠스틱 블랭킷(acoustic blanket)이라고 ‘음향담요’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게 전혀 없었다. 이런 걸 보면 위성을 보호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말이 된다.” 그는 페어링 분리 과정에서 위성을 보호하는 장치가 없다는 점도 그 근거로 덧붙였다. “북한의 발사체는 페어링 분리 때 페어링과 로켓 추진부를 연결하고 있던 폭발볼트가 터지면서 분리되는 방식이다. 페어링을 보니 내부에 그을음, 검댕이 검게 묻어 있었다. 이런 정도로 검댕이 묻어 있는 것을 보면, 아마 페어링 안에 있었던 탑재체인 위성에도 검댕이 묻었을 것이다. 위성에는 태양전지판이 달려 있어, 이것이 나중에 펴져서 전원을 공급하는 것인데 태양전지판에서 그을음이 묻어 있으면 제대로 태양 에너지를 잘 못받아서 작동 못할 수 있다. 실제 북한 위성은 2월7일 궤도에 올라가고 2월9일 송출신호를 최초로 확인했다. 그러나 2월10일 이후에는 신호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태양전지판이 잘못되어서 전원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위성 개발 목적이면 탑재체 보호하기 위한 페어링에 화약 폭발로 인한 흔적(화약 검댕)이 없도록 했을 것이다.” 그가 미사일인 두번째 근거로 든 것은 위성이 한반도를 지나가는 시간이다. “북한은 광학위성이라고 주장했다. 위성은 궤도에 올라가 하루 15번 지구를 돈다. 한반도 상공은 하루 2번 지나간다. 오전 8시 반에서 9시 반 사이에 부산에서 함흥 쪽으로 돌고, 12시간 뒤인 오후 8시 반~9시 반에는 함흥에서 부산 쪽으로 돈다. 북한의 주장 대로 광학 위성이라면 한반도를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 낮, 햇빛 많을 때 한반도를 지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10시30분~11시30분이 적당하다. 우리 나로호도 그래서 오전 11시에 발사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광학위성의 활용을 별로 의식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바꿔 말하면 위성이 아니라 미사일 개발이라는 뜻이다.”
4월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김민석 대변인이 북 광명성 3호 발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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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아니라는 해외 전문가
그러나 북한의 장거리 발사체가 미사일이 아니라는 주장은 북한만의 주장이 아니다.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선임 자문위원인 마이클 엘레만(Michael Elleman)도 그런 주장을 하는 전문가다. 그는 2월 북한의 광명성 발사 직후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누리집에 ‘북한의 위성 발사는 장거리 미사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고,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북한전문 누리집 ‘38노스’에도 비슷한 내용을 ‘북한이 또 대형 로켓을 발사한다:결과와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핵심 주장은 북한의 ‘은하 3호’나 ‘광명성’이 위성 발사에 최적화되어 이를 미사일로 전환해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은 구조로 돼 있다는 것이고, 은하 3호 등이 날아간 궤적도 통상적인 장거리 미사일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북한의 발사체는 발사 뒤 고도 400㎞ 이상의 위성 궤도에 이르렀을 때 방향을 조정해 지구의 표면과 평행하게 날아가도록 돼 있다. 그래서 탑재체가 지구 위성궤도를 돌게 하는 것이다. 북한의 3단 로켓은 이런 위성발사 목적에 잘 맞도록 구성돼 있다. 1단 추진체는 강력한 추력을 제공하지만, 이에 비해 2, 3단 추진체는 비교적 오랫동안 연소하면서 낮은 추력을 내도록 구성됐다. 2, 3단 추진체의 낮은 추력은 하늘로 솟구치는 로켓 탑재체의 방향을 조정해 지구의 표면과 평행하게 비행하도록 하는 데 적합하다.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북한의 은하 3호처럼 낮은 추력의 2, 3단이 쓰이면 엔진 무게에 비해 낮은 추력 때문에 오히려 사거리를 800㎞ 줄인다. 반면 탄도미사일은 가능한 높이 올라가도록 제작된다. 북한의 은하-3호나 광명성과 달리 지구 표면과 평행하게 비행하도록 방향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 대륙간탄도탄의 경우 고도 1000㎞ 이상 올라간 뒤 지구 중력에 의해 떨어지도록 제작된다. 1, 2, 3단 추진체도 탑재체를 최대 고도까지 높이 올리기 위해 북한의 로켓과 달리 모두 가능한 강력한 추력을 내도록 구성된다. 그래야 중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멀리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의 은하-3호 등을 장거리 미사일로 사용하려면 2단 추진체와 3단 추진체를 더 강력한 엔진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작업은 단순 교체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로켓을 새롭게 설계해 여러 차례 시험비행을 해야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어려운 작업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엘레만은 미국이나 옛 소련 등의 선례도 북한의 은하 3호나 광명성을 미사일로 볼 수 없는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과 옛 소련 등 어떤 나라도 위성 로켓을 개발한 뒤 이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사용한 전례가 없다. 거꾸로 대부분 장거리 미사일을 먼저 개발하고 그 기술로 위성을 쏘아 올렸다. 중국이 동시 개발한 유일한 사례인데, 이때도 군사용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별도로 여러 차례 몇 년에 걸쳐 진행했다.” 그는 군사용 미사일과 평화적 목적의 위성이 발사 조건, 절차 등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도 들었다. “위성은 며칠씩 기다리며 좋은 기후조건을 골라 발사할 수 있지만, 군사용 미사일은 밤낮 언제나, 악천후에도 발사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들이 미사일을 먼저 개발하고 이를 위성 기술 개발에 활용한 것에는 이런 배경도 한몫한다. 또 미사일이 되기 위해선 재진입 기술 개발도 필수적이다.” 엘레만이 위성발사와 탄도미사일 발사가 사실상 같은 기술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북한의 3단 로켓 구성 방식과 발사 뒤 날아간 궤적이 통상적인 탄도미사일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미사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경계해야 할 북한의 미사일은 스커드나 노동, 무수단, KN-02, KN-08 등과 같은 ‘진짜’ 군사용 미사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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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를 보면 미사일, 기계적 구도를 보면…
북한의 은하-3호 등을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단정할 수 있느냐를 놓고 이처럼 논란이 있다. 앞에 소개한 지난달 27일 기자 설명회에서도 잠깐 논란이 재연됐다. 참석한 전문가가 앞에서 언급한 대로 북한의 발사체가 미사일인 이유를 설명하자, 기자들 사이에서 엘레만의 견해를 인용하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이 전문가는 사실상 답변을 피했다. “존 실링, 로버트 슈머커 같은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안다. 존 실링은 한국에 온 적이 있다. 만난 적도 있다. 그때 같이 얘기도 했는데 그는 우리 얘기를 수긍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따로 공식 평가하고 대응한 적이 없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2단 추진체와 3단 추진체가 미사일 목적에 맞지 않게 출력이 낮다고 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이 그 정도 수준 밖에 안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것 때문에 미사일 발사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 논란의 초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국방부가 미사일 발사라고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주로 북한의 발사 의도, 정황 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에 대해 “미사일 발사가 아니다”는 엘레만 같은 전문가들의 반론은 발사체의 기계적 구조, 비행 역학 등에 근거하고 있다. 언론은 어떨까. 한국과 일본 언론들은 북한의 은하 3호 등을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고 단정하는 한·일 정부 당국의 발표를 대체로 따른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밖에서는 미사일 발사라고 단정해 보도하는 언론이 별로 없다. 서구의 언론들은 대체로 미사일 발사보다는 중립적인 용어인 로켓 발사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종종 북한의 주장처럼 위성발사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미사일이라고 쓰는 경우가 없진 않지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미국이나 한국이 그렇게 주장한다’고 밝혀 둔다. <한겨레>도 장거리 로켓이라는 용어를 쓴다. 북한의 발사가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발사라고 의심할 순 있다. 그러나 발사된 발사체 자체가 미사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글판 ‘위키피디아’를 보면, 로켓은 “배출 가스를 빠르게 분사함으로써 그 반작용으로 추력을 얻는 비행체”라고 돼 있다. 반면 미사일은 탄도유도탄 항목에 “자체 추진으로 발사 지점부터 목표 지점까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유도탄”이라고 밝히고 있다. 내가 이해하는 범위에선 로켓은 공기가 없는 대기권 바깥을 비행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외부 공기를 흡입해 연료를 연소해 날아가는 제트 엔진과 비교된다. 제트 엔진으로는 대기권 밖으로 비행체를 날릴 수 없다. 로켓은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운반체로 쓰일 수도 있고, 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한 군사용 미사일로도 쓰일 수 있다. 평화적 목적의 민수용인지 군사용인지 용도를 가리지 않다. 로켓 엔진으로 비행체를 대기권 밖으로 날리면 모두 로켓이다. 다만 로켓이 군사용으로 쓰일 경우 특별히 미사일, 더 정확히는 ‘탄도미사일’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제트 엔진도 항공기를 날아가게 할 수도 있고 군사적으로 적을 타격하기 위한 미사일에도 쓸 수 있다. 용도를 가리지 않는다. 제트 엔진이 군사용 미사일 비행에 쓰이면 ‘순항미사일’이 된다. 이런 용례에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나라에서 운용되는 무기 체계에 ‘로켓’이란 이름의 무기가 있다. 예컨대 남한에는 ‘다연장 로켓’이 있고, 북한에는 방사포가 있다. 군사 무기지만 미사일이라고 하지 않고 로켓이라고 한다. 이처럼 군사적으로 로켓이란 용어를 쓸 때는 유도체계의 유무가 기준이 된다. 유도기능이 있으면 미사일이고 없으면 로켓이다. 그러나 요즘엔 로켓에도 유도체계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아, 군사용 로켓과 미사일의 구분은 관용적 의미가 커졌다. 은하 3호 등 북한의 발사체가 미사일이 아니라 로켓이라고 해서, 발사가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기술이란 로켓 기술을 의미한다. 북한의 2012년 12월 은하 3호 발사나 지난 2월7일의 광명성 발사는 그것이 위성발사이든, 미사일이든 관계없이 모두 유엔 결의안 위반이다. 위성이냐, 미사일이냐, 로켓이냐와 무관하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반대하기 위해 굳이 미사일 발사라고 강변할 필요는 없다. 미사일은 미사일이고 로켓은 로켓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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