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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바닷속 ‘장보고’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등록 2016-05-17 20:23수정 2016-05-19 19:31

17일 오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장보고-Ⅲ(배치-Ⅰ)기공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17일 오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장보고-Ⅲ(배치-Ⅰ)기공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국방부 출입기자가 알려주는 잠수함 ‘장보고’ 이야기
2020년대 실전 배치될 3000t급 잠수함인 ‘장보고-Ⅲ 배치(Batch)-Ⅰ’ 기공식이 17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렸습니다.

기공식은 첫번째 블록을 건조 선대에 자리잡아 거치하는 행사이죠. 영어로 Keel(선박용골·龍骨) Laying Ceremony라고 합니다. 행사를 주관하는 방위사업청은 이날 자료를 통해 “2012년 12월 대우조선해양과 ‘상세설계 및 함 건조 계약’을 체결한 이래 설계를 진행해 왔고 2014년 11월27일 강제절단식(Steel Cutting Ceremony)을 시작으로 건조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 공정의 20% 정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해군의 잠수함 사업은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1980년대말부터 장보고-Ⅰ, 장보고-Ⅱ가 건조됐고, 이번에 장보고 Ⅲ 사업이 추진됐습니다. 장보고-Ⅰ은 1200톤급 잠수함(209급·장보고급) 9척 건조사업이며, 장보고-Ⅱ는 1800톤급 잠수함(214급·손원일급) 9척 건조 사업입니다. 209급 잠수함은 9척이 모두 전력화됐고, 214급은 현재 7척이 진수돼 그 중 5척이 실전 배치된 상태지요.

이들 209급, 214급 잠수함 사업은 일부는 독일에서 직접 잠수함을 구입하고 일부는 독일 기술을 들여와 국내에서 건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209급· 214급이란 이름도 독일의 잠수함 분류 명칭입니다. 반면 장보고급, 손원일급이란 명칭은 장보고-Ⅰ(209급)과 장보고-Ⅱ(214급)의 첫번째 건조 잠수함(1번함) 이름을 딴 분류법이에요.

이번에 기공식을 한 장보고-Ⅲ는 앞서 209급 잠수함과 214급 잠수함을 건조하며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처음으로 국내에서 독자 설계하고 건조하는 잠수함이라고 합니다. 장보고-Ⅲ 이름 뒤에 붙은 ‘배치-Ⅰ’은 장보고-Ⅲ 잠수함 중 첫번째 유형이란 의미입니다. 해군은 장보고-Ⅲ 잠수함을 배치-Ⅰ부터 배치-Ⅱ, 배치-Ⅲ까지 각각 3척씩 생산할 계획입니다.

같은 종류의 잠수함에 배치-Ⅰ, 배치-Ⅱ, 배치-Ⅲ을 붙여 구분하는 것은 잠수함의 업그레이드 여지를 남겨놓기 위해서입니다. 잠수함은 건조하는 데 몇년씩 걸리기 때문에 잠수함 건조 도중에 군사 전략상의 변화로 새 기능을 추가해야 하거나 기술 진보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새로 잠수함을 설계하기보다 필요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배치-Ⅱ, 배치-Ⅲ를 만드는 것이지요.

2020년대 초반 배치될 ‘장보고-Ⅲ 배치-Ⅰ’은 3000t급 잠수함인 만큼 1800t급인 214급 잠수함엔 없던 기능이 추가됩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이 수직발사관 6기 설치입니다. 수직발사관은 북한이 최근 신포급 잠수함(2000톤급)에서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받았어요. 214급 잠수함은 국산 잠대지 순항미사일 ‘해성-3’을 운용하지만, 수직발사관이 없어 어뢰관으로 발사합니다. 수직발사관은 잠수함에 세로로 설치되는 미사일 발사 시설이기 때문에 잠수함 크기가 작으면 설치하기 어렵습니다.

‘장보고-Ⅲ 배치-Ⅰ’에 설치되는 수직발사관이 탄도미사일(SLBM) 용인지 아니면 순항미사일(SLCM)용인지에 대해 군 당국은 “기밀 사항”이라며 함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을 주관하는 방사청과 해군 주변에선 수직발사관이 탄도미사일용보다는 순항미사일용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탄도미사일 수직 발사관은 배치-Ⅱ나 배치-Ⅲ 잠수함에나 설치될 것 같다는 겁니다. 탄도미사일은 순항미사일보다 크고 무겁기 때문에 파괴력도 훨씬 큽니다. 따라서 수직발사관도 크게 만들어야 하고 당연히 그 만큼 잠수함도 커야 합니다. 해군 복무 시절 잠수함 함장과 잠수함 전대장 등을 지낸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저서 <문근식의 잠수함 세계>에서 “통상적으로 수직발사관을 설치하기 위한 적정한 잠수함 크기는 최소 4000t 이상 되어야 한다는 게 정설”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장보고-Ⅲ’와 관련해 또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핵잠수함 건조 여부입니다. 핵잠수함은 핵을 무장한 잠수함이 아니라 핵이 추진 동력인 잠수함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핵추진 잠수함, 또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라고 합니다. 최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잡기 위해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통상 잠수함은 물속에서 축전지에 충전된 전기를 이용해 움직이다가 전기가 떨어지면 물 위로 공기구멍(스노클 마스트)을 내놓고 공기를 빨아들여 디젤 엔진을 돌려 다시 축전지를 충전합니다. 이를 ‘스노클’이라고 하는데, 이때가 잠수함이 가장 취약한 때입니다. 엔진 소음이 커지고 스노클 마스트를 수면 밖에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적 수상함에 들키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디젤 잠수함은 정상 작전 시 평소에 축전지를 70% 이상 유지해야 하므로 최소한 하루에 두 번 이상 스노클 항해를 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209급 잠수함은 모두 이런 방식의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입니다. 214급 잠수함은 이런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의 동력 체계를 개선한 공기불요추진체계(AIP·Air Independent Propulsion)를 쓰고 있습니다. 해군이 올 3월 발간한 ‘간편 해군 가이드북’엔 “공기불요추진 시스템을 탑재하면 잠항시간을 2~3주 정도 연장시킬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횟수가 줄어들지만 스노클 자체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그래서 공기불요추진체계도 크게 보면 디젤-전기 추진 방식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이에 반해 핵잠수함은 산소가 필요없는 원자로를 동력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스노클 항해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원하는 동안에는 얼마든지 물속에 숨어 잠항할 수 있는 겁니다.

잠수함은 일단 물속에 들어가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성으로도 포착되지 않으며, 바닷속의 복잡한 환경 때문에 음파탐지기(소나)로도 탐지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잠수함발사미사일을 막으려면, 북한의 신포급 잠수함이 출항할 때부터 추적 감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잠수함 추적 감시 임무는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스노클을 하다 발각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제한 잠항 지속 능력을 갖춘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지난달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핵 잠수함은 두 가지가 있다. SLBM으로 무장한 ‘전략 핵잠수함’과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탑재한 ‘공격형 핵잠수함’이다. 통상 선진국들은 이들 잠수함을 2:8 비율로 갖추고 있다. 그래서 전략 핵잠수함이 출항하면 공격 핵잠수함이 몰래 따라 붙어 추적·감시한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다 그렇게 해서 상대방 전략잠수함들을 감시했다. 지금도 아마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잠수함끼리 충돌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이나 소련이 군사기밀사항이어서 발표를 안했을 뿐이라고 한다.”

이런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잠수함이 잠수함을 추적·감시하려면 몇 가지 능력이 있어야 한다. 속도가 1.5배 빨라야 하고 무제한 잠항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디젤-전기 잠수함은 전기를 충전하러 위로 올라와야 한다. 충전할 때 소음이 많이 난다. 그러면 들킨다. 추적 못한다. 잠수함 추적하기 위한 핵잠수함으로는 큰 것도 필요없다. 프랑스 루비급 원자력 잠수함이 2670톤인데, 그 정도만 돼도 된다.”

이날 기공식을 한 장보고-Ⅲ 배치-Ⅰ은 기존의 디젤-전기 추진방식입니다. 배치-Ⅱ도 디젤-전기 추진방식으로 다음달부터 탐색개발 협상에 들어갑니다. 다만 기존의 납 축전지를 더 효율이 앞선 리튬이온 또는 리튬폴리머 축전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리튬이온이나 리튬폴리머 축전지가 화재나 폭발 등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 안정성 확보 방안이 마련되면 이들 축전지로 교체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배치-Ⅲ’ 잠수함의 추진 동력에 대해선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도 방사청 관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당국의 이런 모호한 태도가 최근 핵잠수함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환경과 맞물려 일부에선 ‘배치-Ⅲ’ 잠수함이 핵추진으로 건조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핵잠수함 건조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현실적 장벽도 있습니다. 잠수함에 탑재된 소형 원자로를 가동하기 위해선 연료로 농축 우라늄이 필요합니다. 통상 상업용 핵발전소에는 핵분열 물질인 우라늄-235가 3~5% 농축된 연료를 사용하는데, 핵잠수함 원자로의 연료로는 우라늄-235를 20~90%까지 농축한 것을 씁니다. 통상 우라늄-235의 농축도가 20% 이상이면 고농축으로 분류돼 국제사회의 통제가 강화됩니다. 우리나라는 우라늄 농축 시설이 없습니다. 지난해 4월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미국의 동의 없이는 저농축이든 고농축이든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핵발전소용 농축 우라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합니다. 그런데 2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국제시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별로 걸림돌이 안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핵잠수함의 핵연료도 우라늄 20% 이하인 저농축을 쓰면, 상업적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프랑스 루비급 핵잠수함도 20% 농축을 쓰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핵잠수함 사업 추진 논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조선일보>가 “한국이 4000t급 핵추진 잠수함을 2012년 이후 실전 배치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적극 검토 중”이라며 “해군에 30여명 규모의 관련 사업단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당시 사정을 기억하고 있는 군 인사들 얘길 들어보면, 이런 보도 내용이 전혀 사실 무근인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시 언론보도를 찾아보니, 국방부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기사 내용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잠수함 개발은 비핵화 선언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12년 전 국방부의 이런 설명이 지금 와서 달라질 이유가 있을까요? 핵잠수함 건조가 우리나라의 의지만으로 가능한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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