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를 단 일본 군함. 연합뉴스
옛 군국주의 상징…해군 “욱일기 계양 막을 방법 없다”
일본 함정들이 24일 해상자위대의 군기 ‘욱일승천기’를 달고 진해항에 입항한 것으로 밝혀졌다. 욱일승천기는 옛 군국주의의 상징이어서 일제의 한반도 침탈 역사와 맞물려 논란이 일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25일 “일본 구조함인 지요다(3650t)함과 잠수함인 사치시오(2750t)함이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남해상에서 열리는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Pacific Reach 2016)에 참가하려고 전날(24일) 오전 진해항에 입항했다”고 말했다. 이들 해상자위대 함정은 입항 당시 함수에는 일본기를, 함미에는 욱일승천기를 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함정이 참여하는 훈련은 잠수함 조난 사고에 대비한 훈련으로 한국·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6개국 해군 함정이 참여한다.
욱일승천기는 메이지 시절 일본군의 군기로 채택돼,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반도 병탄, 만주사변과 태평양 전쟁으로 이어지는 군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상징해 왔다. 욱일기는 1945년 일본 패전 이후 군대가 해체되며 사용이 금지됐으나, 자위대가 창설된 뒤 되살아났다. 옛 일본 군대의 욱일승천기는 가운데 태양에서 밖으로 퍼지는 광선이 16개였으나, 육상자위대는 이를 수정해 8개로 줄였다. 그러나 해상자위대는 과거의 16개 광선을 그대로 채택했다. 이런 차이는 육상 자위대의 경우 옛 일본군 출신의 참여를 배제한 반면, 해상 자위대엔 옛 일본 해군 출신 인사들의 참여가 허용된 사정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욱일승천기를 단 일본 군함의 국내 항구 입항에 대한 거부감이 나오고 있다. 일본 군함이 과거 한반도 침탈 등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달고 우리 항구에 입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군은 “군함은 국제법상 자국의 영토로 간주된다. 항구에 들어갈 때 자국기와 자국군기를 다는 것은 관례”라며 일본 함정의 욱일승천기 게양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해군 관계자는 “우리도 외국 항구에 들어갈 때 태극기를 달고 가는데 일본만 이를 못하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일본 함정들이 그동안 우리 항구에 10여 차례 입항했는데 그때마다 매번 욱일기를 달고 왔다”고 말했다.
애초 일본을 포함한 참가국 함정들은 이번 훈련 마지막날인 3일엔 제주 해군기지에 입항해 폐막식 행사 등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욱일승천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의 입항 문제가 논란을 빚자 계획을 바꿨다. 해군은 25일 오후 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해군은 이번 훈련의 사후 강평 및 폐막식 행사를 사후강평의 여건, 지역 사회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제주 민군복합항에서 진해군항으로 변경하여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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