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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병사들 침낭 왜 30년째 그대론가 했더니…

등록 2016-06-01 15:58수정 2016-06-02 18:41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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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출신 ‘별’들 납품업체 대리전

진흙탕 로비 통해 기존업체 채택
감사원, 전현직 장성 등 6명 수사요청
국방부 ㄱ대령(육사 41기)이 침낭 개발업체 A사 대표와 서울 강남 일식집에서 만난 건, 2011년 8월4일이었다. 납품 청탁이 이뤄진 이 부적절한 자리는, 육사 33기인 한 예비역 장성이 주선했다. 이 예비역은 그해 4~6월께 육사 36기인 전 육군 사업단장으로부터 A사 대표를 소개받았다. 36기는 33기 예비역에게 “A사 사장이 군 계통 사업을 잘하니 선배님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 예비역 장성은 이 업체로부터 3750만원을 받아 챙겼다. ㄱ대령은 “(33기) 장군은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분이어서 (업체 사장을)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업체는 2010년 11월 “군이 사용 중인 개인용 침낭은 1986년 개발된 것으로 무겁고 보온력도 떨어진다”며 국방부에 새 침낭 연구개발을 제안한 터였다. 1017억원을 들여 군용 침낭 37만개를 교체하는 사업이었다. 결국 ㄱ대령은 신형 침낭을 개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A업체는 연구개발에 성공할 경우 5년간 독점 납품 권한을 보유하게 될 것이었다.

1986년부터 군 침낭을 납품해온 B업체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11년 11월 침낭 관련 업무 담당자가 ㄴ대령(육사 42기)으로 바뀌자 B업체는 본격 작업에 나선다. 2012년 2월 국방기술품질원이 A업체의 침낭이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지만, 그해 5월 육사 31기 국방부 실장은 ‘미군 기준’에 맞추라는 비현실적 지시를 내렸고, ㄴ대령은 6월 국장급 심의회를 앞두고 “침낭엔 (A업체가 제시한) 높은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A업체 침낭은 기술이 떨어진다”는 문서를 작성해 국방부 실장 등에게 결재를 받았다.

B업체는 1989년 전역한 예비역 장성(육사 15기)까지 내세웠다. 15기 예비역은 또다른 예비역(31기)과 현역(37기)을 통해 B업체가 작성한 A업체를 허위비방하는 문서를 2013년 3월 ㄴ대령에게 넘겼다. ㄴ대령은 A업체 침낭이 ‘영하 20℃, 중량 2.5㎏’이라는 기준을 넘겼는데도 영하 48℃ 기준을 적용해 개발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고하고, 부하직원한테 “A업체 침낭이 채택되면 문제 된다”고 말하도록 지시했다. 결국 2013년 4월 국장급 심의회에서 A업체 침낭 납품은 부결되고 만다. B업체는 이때부터 지난해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61억4674만원어치의 침낭을 군에 납품했다.

육사 출신 예비역·현역 장성·간부들이 침낭 개발업체를 대리한 ‘진흙탕 싸움’을 벌인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적발됐다. 현재도 군 장병들은 86년 개발된 B업체의 침낭을 쓰고 있다. 감사원은 1일 전·현직 장성 6명과 대령 2명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 요청하거나 수사 참고 자료로 제공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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