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에서 새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의 위원장에 추대됐다. 이로써 지난 5월 초 제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최고 수위’인 노동당 위원장에 오른 김정은은 ‘유일 영도체제’ 구축을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제7차 당대회(5월6~9일)와 제13기 4차 최고인민회의(29일)를 계기로 북한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구축에 필요한 당·정·군 조직 개편이 일단락됐다. 명실상부한 ‘김정은 위원장’ 시대의 개막이다. 김 위원장은 36년 만에 열린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에 오른 데 이어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에 추대됐고, 이미 인민군 최고사령관이기도 하다. 당·정·군의 ‘최고 수위’에 올라 모든 권력을 장악한 셈이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정된 북한의 새 헌법을 보면, 신설된 국무위원회는 “국가주권의 최고 정책적 지도기관”이다. 김 위원장 등 12인으로 이뤄진 국무위원회의 인적 구성과 국무위원회의 임무·권한을 고려할 때, 국무위원회는 1990년대 선군정치 이전 ‘초기 국방위원회’와 1998년 9월 개헌으로 폐지된 ‘중앙인민위원회’(국가주권의 최고지도기관)를 합친 국가기구로 보인다.
국무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 영도자”라고 규정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한다고 명시한, 기존 헌법 117조의 ‘헌법상 국가수반=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규정은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 시대의 지향은 정치의 복원을 통한 ‘정상국가화’ 추구다. 무엇보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정치’라는 이름의 비상통치체제에서 핵심 기구였던 국방위원회를 국무위원회로 대체한 것은 나름의 자신감에 기반을 둔 당·국가 체제 정상화 시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국무위 구성을 보면 종합적 정책결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정(박봉주 내각 총리)·군(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대표자를 부위원장으로 선출했고, 기존 국방위 위원인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에 더해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대남 담당),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국제 담당), 리용호 외무상 등으로 위원을 확대했다. 국방 분야에 한정됐던 국방위 기능을 포함해 통일·외교·경제 분야로 국무위의 기능·역할을 넓힌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대표 외교일꾼’으로 떠오른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과 리용호 외무상 겸 당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이 나란히 국무위원회 위원이 사실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새 외교 투톱’의 당·국가직이 7차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거치며 파격적으로 격상된 데에는 두가지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첫째, 1990년대 초반 ‘제1차 핵위기’ 때부터 사반세기 동안 북한 외교의 최일선을 지켜온 강석주·김계관 쌍두 체제의 퇴장이다. 둘째, 4차 핵실험 뒤 더욱 강화된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에 대응할 ‘외교력 강화’가 절실한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일꾼 힘 실어주기’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예상됐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구체적 계획·목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핵·경제 병진노선 아래 에너지 문제 해결, 기간산업 및 기초공업부문 정상화, 농업·경공업 증산을 통한 민생 향상 등 7차 당대회에서 발표된 추상적 내용이 거듭 강조됐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담은 ‘조선노동당이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철저히 수행할 데 대하여’를 보고한 박봉주 내각 총리가 국무위 부위원장에 발탁되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철저히 수행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을 채택한 점 등에 비춰 5개년 전략의 수행 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리주오 전 경공업상, 리룡남 대외경제상, 고인호 전 평양시 농촌경리위원장이 내각 부총리에 새로 임명돼 인민경제 개선에 주력할 전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경제발전계획으로 구체화하지 못한 것은 경제 성과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내부적으로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도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철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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