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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공개 입국 외교관 중 최고위급…‘엘리트 탈북’ 이례적 발표

등록 2016-08-17 22:37수정 2016-08-17 22:39

-정부, 태영호 북 주영공사 입국 긴급 공개-
“김정은 체제의 한계 인식 확산”
통일부 대변인, 공식 언급
‘대북제재 효과’ 강조할 의도도

대북소식통 “태 공사 평양복귀 앞두고
금전사고 나 탈북한 걸로 알아”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왼쪽)이 에릭 클랩턴의 영국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옆에서 에스코트하던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일본 <TBS> 방송 갈무리/연합뉴스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왼쪽)이 에릭 클랩턴의 영국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옆에서 에스코트하던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일본 방송 갈무리/연합뉴스
정부가 17일 저녁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사실을 긴급 공개한 것은 ‘북한 체제 동요설’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정부는 지난 4월 초 중국 저장성 북한식당 지배인·종업원의 이른바 ‘집단탈북’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이후 북한에서 엘리트나 상류층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지속해왔다. 특히 “북한의 핵심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또 북한 체제가 이미 한계가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는 이날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의 발언이 정부의 의도를 또렷이 보여준다. 정 대변인은 “지배계층의 내부 결속이 약화되고 있지 않느냐 하는 그런 판단을 해본다”고 말했다.

■ 대북 제재→체제 동요→탈북 증가? 실제로 아내·자녀와 함께 국내에 입국한 태 공사는 지금까지 국내에 공개적으로 입국한 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에 꼽힌다. 태 공사는, 비록 규모가 크진 않지만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어 서열 2위다. 1997년 정승일 당시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가 미국으로 망명했고 1990년대 중·후반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국내로 들어온 북한 외교관들이 있었다.

정부는 특히 탈북자 증가가 대북 제재의 효과라는 측면을 강조한다. 정부 당국자는 “올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시행되면서 해외 근무 북한 엘리트층이 동요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나 각국 정부의 독자 제재가 직접적으로 탈북과 관련됐다는 해석엔 조심스러운 의견도 많다. 한 탈북자단체 관계자는 “탈북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탈북자들이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대기 중이고 보통 절차에 빨라야 한 달 정도가 걸리는데, 대사관이 절차를 더 빨리 앞당기면 숫자를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최소한 작년이나 재작년에 나온 경우가 많은데, 제재 효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 개인적 탈출 사유도 있는 듯 북한에서 최고위급 엘리트로 꼽히는 태 공사의 경우도, 제재나 체제와 무관한 망명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태 공사는 올여름 임기를 마치고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10년간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일해온 태 공사는 회계와 물자 구매 담당이었는데 조만간 평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후임한테 인계해야 하는데, 일부 금전 사고가 난 것이 탈북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태 공사는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서 상당한 액수를 들고 도망간 것으로 안다. 북한 대사관들은 금융제재로 은행 계좌를 사용하지 못해 현금을 주로 갖고 있어서 사고가 자주 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자녀 문제’가 태 공사의 탈북 결심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본다. 태 공사는 최소 2명의 아들을 둔 것으로 전해지는데, 큰아들은 영국 대학에서 공공보건 관련 경제학 학위를 갖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막내아들은 공립학교에 다녔고 한 테니스 클럽에서 열심히 활동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막내아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루이스 프라이어(19)는 막내아들이 지난달 중순 사라졌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막내아들은 덴마크에서 태어났으며 북한으로 돌아갔다가 4년 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왔으며, 임페리얼칼리지에 진학해 수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할 예정이었다고 프라이어는 전했다. 한 탈북 문제 전문가는 “태 공사 아들들이 영국 등 외국에서 10여년간 지냈는데 평양으로 돌아가기 어려워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정준희 대변인도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을 태 공사의 탈북 이유로 꼽았다.

■ 태영호 공사는 누구? 태 공사의 한국행은 북한에 끼치는 충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 공사는 덴마크에서 유학했고, 1993년 덴마크 대사관을 시작으로 스웨덴·영국 등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는 등 북한 외무성에서 손꼽히는 서유럽 전문가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북한 정권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영국에서 잘못 보도되고 오해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구실을 하는 것이 태씨의 주요 임무였다고 <비비시> 방송은 전했다. 그의 주 임무는 회계와 물자 구매 외에 영사·공보 분야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 공사는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보려고 비밀리에 영국을 방문해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옆에서 보좌하기도 했다.

김진철 조기원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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