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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새누리 “핵잠수함 도입”…한반도 비핵화 원칙 흔들어

등록 2016-08-29 21:31수정 2016-08-29 21:42

정진석·원유철 “북 SLBM 대비”
의원 23명도 ‘즉각배치’ 성명
한민구 국방 “전력화 살펴볼 것”

동북아 핵도미노 촉발 우려에
미 동의 가능성도 거의 없어
“신중한 접근 필요” 지적 나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성공을 계기로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원칙 위배 논란으로 명분이 취약하고, 현실적으로 미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잠수함발사미사일은 발사 원점을 탐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상발사 미사일보다 더 심각하다”며 핵 추진 잠수함 도입 등의 검토를 촉구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4000t급 핵추진 잠수함 3척 건조를 추진하다가 중단한 전례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아침 한 방송에서 “항시 북의 도발을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는 핵잠수함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핵포럼 소속 의원 23명은 28일 핵잠수함의 즉각 배치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 의사를 묻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문에 “여기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한 장관은 “부정도 긍정도 않는 ‘엔시엔디’(NCND)냐”는 추가 질의에 “현재 (핵추진 잠수함) 전략화를 결정한 것은 없다. 군사적으로 필요성을 주장하는 분이 많다. 이런 점을 유념해 전력화 등을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아니다”라고 자르기보다 다소 여지를 둔 것으로 풀이돼 앞으로 정부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핵추진 잠수함의 도입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막으려면 이 미사일을 장착한 북한 잠수함을 상시적으로 추적·감시하고 유사시 격파하는 방안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군사적 판단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단 물속에 들어가면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을 출항 때부터 추적·감시하려면 이론적으로 무기한 잠항 능력이 있는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래식 잠수함은 축전지 충전을 위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수면 가까이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발각될 가능성이 높아 잠수함 추적·감시용으론 부적합하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남북이 1991년 12월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핵에너지를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며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이미 사문화됐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 선언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강력한 명분을 제공할뿐더러 국제사회를 향한 공개적 약속이라는 점에서 포기할 게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국방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핵추진 잠수함 개발 의혹이 일었을 때도 “비핵화 선언 위배”를 이유로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도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산 넘어 산이다. 핵 시설 및 핵 물질의 군사적 전용은 지난해 4월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협정)에 의해 차단돼 있다. 협정 13조는 “이 협정으로 이전된 핵 물질, 감속재 물질, 장비 또는 구성품”에 대해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잠수함 원자로의 연료인 농축 우라늄도 미국의 승인 없이는 구할 길이 없다. 협정 11조에는 “우라늄-235 동위원소가 20% 미만인 경우에 한하여” 한-미가 “서면으로 합의”할 때만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외 구매의 장벽도 높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농축 우라늄 생산 국가는 모두 핵무기 보유국들이다. 농축 우라늄을 사려면 어떤 목적으로 구매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미국의 귀에 안 들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핵 확산 방지를 핵심 세계전략으로 삼고 있는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동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일본·대만 등도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나서는 등 동북아의 핵도미노 현상을 촉발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김규원 이경미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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