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기획’ 짙어진 집단 탈북
[지배인이 밝힌 ‘탈북 이후’]
“북한 제재와 탈출 상관없지만
남한 어르신들 생각 달라
종업원 못 만나게 할거면
북으로 돌아간다고 할 것
중국 정부는 탈출과정 몰라
알았으면 공항서 걸렸다”
[지배인이 밝힌 ‘탈북 이후’]
“북한 제재와 탈출 상관없지만
남한 어르신들 생각 달라
종업원 못 만나게 할거면
북으로 돌아간다고 할 것
중국 정부는 탈출과정 몰라
알았으면 공항서 걸렸다”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진다.”
지난 4월 초 여성 종업원 12명과 함께 ‘집단탈북’한 북한식당 지배인 ㅎ(36)씨는 최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몇 차례 이 말을 반복했다. ‘탈북’ 이유와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물을 때마다였다. ㅎ씨는 첫 전화통화에선 “아무것도 말할 게 없다”고 했지만, 몇 차례 메신저 대화가 오간 뒤인 지난달 말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목소리는 다소 지치고 불안하게 들려왔다.
그는 특히 여성 종업원 12명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냈다. 그는 이들을 ‘내 새끼’라고 불렀고 일행을 모두 포괄해 ‘우리집’이라고 표현했다. “애들 때문에 왔고, 애들만 잘되면 된다. 나는 내일 죽어도 된다.” 심지어 그는 “내 새끼들을 못 만나게 할 거면 북한으로 돌려보내달라고 할 거다”라고까지 말했다.
-종업원들을 못 만나고 있나?
“내 새끼 중 하나가 속을 썩인다. 울화통이 터진다. (나머진 연락 가능한데) 한 새끼가 잠적했다.”
이들 13명은 지난달 8~11일 순차적으로 국가정보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합동신문센터)를 나왔다. ㅎ씨가 가장 먼저 나왔고 나머지 여성들은 2~3명씩 차례로 나왔다. 이후 2주 동안 그는 이 여성들과 접촉하기 위해 애썼던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와는 연락이 되나?
“몇몇은 연락이 되고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다. 속썩이는 하나는 기다려주려고 한다. 내가 (보호센터에서) 나올 때 내 전화번호를 (12명에게) 알려주고 나왔다.”
-‘잠적’했다는 그 사람이 탈북과 관련이 있나?
“거기에 대해선 더 말할 게 없다. 말 못 할 사연이 있다. 시간이 있어야 풀릴 문제다.”
모종의 한국 정착 계획이 한 종업원 때문에 어그러졌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탈북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난 국정원 요원과 이 종업원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그는 “(북한에서) 애들을 내가 다 모집했다. 한국으로 치면 기획사나 같다. 원래 22명을 뽑아 데리고 (중국에) 왔다. 집안 사정 때문에 3명은 들여보냈다”고 말했다. 19명 가운데 12명만 지난 4월초 ㅎ씨와 함께 탈출했고 나머지 7명은 북한으로 송환됐다.
“국경 넘으면 (우리는) 사슬고리다. 하나만 끊어지면 다 죽어. 그런 각오로 다들 돈 많이 벌어 집에 가자, 했는데….” 잠적한 한 명 때문에 ‘돈 많이 벌’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뜻으로 들렸다. “애들” “내 새끼들”에 대해 거듭 이야기한 ㅎ씨는 “나중에 알려지면 더 큰 파문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식당에 대한 ‘대북 제재’ 때문에 집단탈북했다고 했는데?
“무슨 상관이 있나. 우린 그렇게(무관하다고) 생각하지만 (남한의) 어르신(윗분)들은 그렇게(대북 제재와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례적으로 입국 사실을 공개하기까지 했는데?
“여기 들어왔는데 공개시켜놨다. 우린 공개될 줄도 몰랐다. 하필 왜 우리만 공개하냐고 생각했다. 처음엔 괘씸했다. 이제는 좋게도 생각하려고 한다. 조국 통일 위해서 했다고 생각한다. 북이나 남이나 정치 이기는 사람이 있나?”
그는 평양에 있는 자신의 부모가 살아있지 않을 거라고 단정했다. “북에서 나를 주모자라고 하는데 주모자 부모를 살려놨겠나? (북한에서 공개한 여성 종업원 12명) 납치명단에 내가 빠졌잖나? 살아계시지 않을 가능성이 100%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탈출한 이유는?
“우리가 오기 전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인원이 많아서 부모님은 안 다칠 거라고 생각했다. 다 잘되면 좋겠는데…. 만일 (부모가) 살아있다면 하늘이 도운 거지.”
그들의 탈출 과정을 중국 정부는 모르고 있었다고 그는 밝혔다. “우리 여권 자체가 합법이었다. (중국 정부가) 알았으면 공항에서 벌써 걸렸지. 중국 공항엔 북한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중국 통해야 어디든 나가니까.”
-전체 19명 중 북한으로 돌아간 7명의 여성 종업원도 함께 나오려고 했나?
“시간 있으면 다 밝혀진다. 목숨하고 연결되는 문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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