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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유엔 “4500여명 살던 회령시 마을 쑥밭…식량지원 등 절실”

등록 2016-09-18 19:01수정 2016-09-18 21:57

-북 상주 유엔기구 13곳 긴급구호 요청-
“인구 66만 6개 시군 큰 피해
3만7천여채 침수·이재민 12만 육박
수인성 전염병 등 창궐 우려”

북 당국 “해방 뒤 처음 보는 대재앙”
9개국 외교관 초청 지원 호소

남쪽단체 모금·접촉신고 신청에
정부 “북 요청 있어야” 꿈쩍 안 해
김종인 “핵과 별개, 신속 구호해야”
북한 함경북도 북부지역 수해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돼, 5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 일변도로 흐르던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북한에 상주하는 유엔 산하 인도지원 기구 13곳은 공동 현지조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국제사회에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국내의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도 수해 지원금 모금운동을 시작하는 한편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북쪽과 접촉할 뜻을 밝혔다. 북쪽의 공식 지원 요청이 없다며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해 온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 당국이 “해방 뒤 기상 관측 이래 처음 보는 혹심한 대재앙”으로 규정한 이번 수해는 8월29일~31일 제10호 태풍 라이언록이 함북 북부지역에서 저기압대와 만나 퍼부어진 집중호우로 발생했다. 특히 30일~31일 밤 사이 4시간여 동안 쏟아진 폭우 탓에 두만강 수위가 평소보다 6~12m 높아져 발생한 홍수로 피해가 커졌다.

유엔 인도지원 기구들이 16일 공개한 ‘함경북도 홍수 피해 공동보고서’를 보면, 피해가 집중된 곳은 회령시와 인근 온성·무산·연사군 등 6개 시·군이다. 이들 지역 인구는 66만7천여명이다. 이 보고서는 북쪽 당국자와 세계식량계획(WFP)·세계보건기구(WHO) 등 북쪽에 상주하는 13개 유엔 인도지원 기구 대표단 등 22명이 6~9일 피해 지역을 둘러보고 작성했다.

지난 7일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홍수로 완파된 집 앞에서 한 여성이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북한 상주 유엔 인도지원 기구 공동조사단
지난 7일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홍수로 완파된 집 앞에서 한 여성이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북한 상주 유엔 인도지원 기구 공동조사단
보고서를 보면, 현재까지 확인된 인명 피해는 사망(138명)·실종(398명) 등 500명을 훌쩍 넘는다. 완파된 1만5740여채를 포함해 가옥 3만7천여채가 침수 또는 파괴됐으며, 11만8천여명의 이재민이 났다. 특히 두만강변 흙 제방 뒷편에 들어선 회령시 강안동은 강물이 범람해 단 한 채의 건물도 온전히 남지 않고 파괴됐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수해 이전 강안동에는 1177가구 4524명이 살고 있었다.

수확기를 앞두고 농경지가 침수돼, 쌀과 옥수수 등 이 지역 주요 작물은 추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란 게 조사단의 평가다. 보고서는 북쪽 당국의 통계를 따 “수해 이전에도 피해 지역 인구의 78%는 당국의 식량배급에 의존해왔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홍수와 산사태로 도로와 교량이 곳곳에서 침수·파괴돼 무산군과 연사군 등 피해가 극심한 일부 지역은 아직도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조사단은 보고서에서 “피해 지역은 10월 중 밤 기온이 영하 3도까지 떨어지는 곳”이라며 “이미 설사 등 수인성 전염병과 급성 호흡기질환 창궐 우려까지 있어, 본격적인 추위가 닥쳐오기 전에 긴급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북한이 최악의 폭우로 인해 발생한 함경북도 지역 수해 복구작업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자고 연일 독려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은 17일 "함경북도 북부피해 지역들 중에서 큰 피해를 입은 무산군의 인민들이 피해복구전투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섰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홍수피해지역 복구건설에 투입된 북한 군인들.  연합뉴스.
북한이 최악의 폭우로 인해 발생한 함경북도 지역 수해 복구작업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자고 연일 독려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은 17일 "함경북도 북부피해 지역들 중에서 큰 피해를 입은 무산군의 인민들이 피해복구전투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섰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홍수피해지역 복구건설에 투입된 북한 군인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세계식량계획 등은 어린이·산모·노약자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확보해 둔 지원 물품을 피해 지역으로 우선 보내기로 했다. 세계보건기구도 14일 의료 지원을 위해 17만5천달러를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유엔 쪽은 긴급 지원이 필요한 인원을 14만여명으로 보고 있다.

북쪽 당국도 뒤늦게 피해 상황을 공개하는 등 피해 지역 지원·복구에 애쓰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주력 사업인 평양 여명거리 공사 현장 노동자들까지 이미 수해 지역으로 급파됐다. 북한 외무성은 14일 평양에 주재하는 몽골·베트남 등 아시아 9개국 외교관을 초청해 ‘정세통보모임’을 열고, 수해 복구 지원을 호소했다.

국내에서도 민간 차원에선 대북 지원 모금운동이 이미 시작됐다. 54개 인도지원 단체 모임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는 긴급회의(5일)와 상임위원회(9일)를 열어 북한 수해 지원을 위해 2억원을 모금하기로 결정했다. 북민협 곽영주 운영위원장은 18일 “5일 긴급회의 직후 피해 상황을 확인하려고 통일부에 북쪽 민화협 접촉신고서를 냈는데 아직까지 답이 없다”며 “접촉을 해야 피해 규모와 필요한 물품이라도 확인할 텐데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정부는 접촉신고서를 접수한 뒤 7일 안에 수리 여부를 결정·통보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1월6일) 이후 대북 접촉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도 “수해 지원 등 긴급 구호성 인도 지원에 대해서는 피해 상황, 시급성, 필요성 등과 함께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검토해 나갈 사안이라고 본다”며, 기존 방침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핵무기 개발로 북한 지도부에 대한 경계와 적대감이 드는 최근 상황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인도주의에 입각해 국제기구들과 협력해 신속한 구호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최소한 인도적 차원에서 남아도는 쌀이라도 (북에) 지원한다면 또 핵실험 미사일 비용을 지원하느냐 하겠죠. 그러나 우리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적었다.

정인환 이세영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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