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단식 중단 병원 이송
새누리 내일부터 국감 복귀
명분·실리 어느것도 못챙겨
전략·리더십·소통부재 드러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7일간의 단식을 종료하고 구급차로 실려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새벽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자 26일부터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내걸고 단식을 해왔다. 공동취재사진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장외 투쟁을 벌였던 새누리당이 2일 국정감사 복귀를 선언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일주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20대 국회의 여소야대 지형에 적응하지 못한 채, 집권여당의 전략·리더십·소통 부재만 드러낸 ‘상처뿐인 회군’이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연 뒤 4일부터 국정감사에 복귀할 뜻을 밝히며 “국회의장의 당파적 편파적 횡포를 바로잡으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지만, 동시에 국감에 복귀해 국정 책임을 다하라는 것도 국민의 뜻”이라며 “국민의 뜻에 무조건 순명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의 유감 표명 등을 전제하지 않은 ‘조건 없는’ 복귀였다. 앞서 이정현 대표는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저는 오늘 무조건 단식을 중단하겠다. 4일부터 전원 국감에 임해 달라”고 요청한 뒤 의원총회가 진행되던 시각에 병원으로 실려갔다. 정 의장의 완강한 태도 때문에 국감 복귀 명분을 찾기 힘들어지자, 결국 고육지책으로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계기로 ‘회군’을 선언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에 정세균 의장은 이날 저녁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정현 대표의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제 정당과 잘 협의해 국민 여러분의 걱정을 덜어드리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 결정은 결국 여론 악화를 버티지 못한 측면이 크다. 국회의 핵심적인 의무를 팽개친 채 정세균 의장 1인을 겨냥한 친박 주류의 강경몰이 전략이 명분이나 실리 어느 것도 챙기지 못한 채 실패한 셈이다.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한 단식을 선언했던 이 대표나, 친박의 강경론에 끌려다닌 정 원내대표도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새누리당 내부적으론 “당 지도부와 친박 주류가 청와대를 보호하려고 민심을 포기했다”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온다. 국정감사 기간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이나 우병우 민정수석 등에게 쏠렸을 여론의 시선이 온통 새누리당의 단식과 국감 보이콧으로 이동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의회의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했다는 비판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결과적으로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집권여당이 청와대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산하 조직으로 전락한 셈이다.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오늘은 이상하게 강성 친박들이 아무런 조건 없는 복귀에 토를 달지 않더라”라고 이날 의원총회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와 친박 주류의 조율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번 새누리당의 ‘빈손 복귀’는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차원의 봉합일 뿐, 20대 국회의 상시적 갈등 체제를 예고하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일방통행’을 계속하고 있고, 새누리당 지도부나 비주류 역시 이런 구도를 깰 역량이 없음이 이번 사태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야권 역시 협치와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하기보다, 청와대와 여당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 없다는 강경론을 펼 가능성이 크다.
석진환 박승헌 기자 soulfat@hani.co.kr[언니가보고있다 35회_새누리픽처스 ‘막장 드라마’ 밀착 감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