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부터) ,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이 27일 오전 일본 도쿄 이쿠라 공관에서 한·미·일 외교차관협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정부가 27일 발표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협상’ 추진은 크게는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의 강화, 작게는 한-일 군사협력 강화라는 흐름의 가속화로 이해된다. 정부가 끝간 데 없는 대북 강경책에 ‘올인’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맞대응하면서, 다시 이를 빌미로 한·미·일 군사협력과 한-일 군사협력 강화에 나서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한국이 자칫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원될 위험이 더 높아지고, 최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으로 활동범위를 넓혀온 일본 자위대의 대한반도 발언권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부가 한-일 군사정보협정 추진의 이유로 내세우는 논리는 두세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2014년 12월 체결한 한·미·일 3국 정보공유 약정을 그동안 시행해본 결과, 미국 경유 없이 한-일 간 직접적인 정보교류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획득할 필요성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또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 약정이 3국간 공유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로 제한하고 있어, 군사적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예컨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은 미사일뿐 아니라 잠수함 정보도 중요한데, 기존의 정보공유 약정으로는 잠수함 정보 공유가 제한된다”며 “이번 한-일 정보협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 위주로 하되 교류 정보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제한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일본의 군사정보 수집 능력이 우수하다는 점도 이번 협정 추진의 이유로 꼽았다. 국방부 당국자는 “일본은 정보 위성을 비롯해 이지스함, 지상 레이더, 조기 경보기 등 정보 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며 “한-일 간 협정이 체결되면 이런 정보를 우리가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은 한국군이 보유하지 못한 정찰위성을 4기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북아 안보정세를 도외시한 채 군사적 효율성이나 유용성 측면만 보고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관철한다는 전략적 구상에 따라 한-일 군사협력 강화를 강력히 주문해왔다. 실제 한-일 군사협력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미국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 초기 냉랭했던 한-일 관계를 푼 계기도 2014년 3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선으로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지인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이었다. 한-일 군사협력은 이후 본격화한다. 지난해 5월엔 한-일 국방장관회담이 4년여 만에 열려 군사협력 강화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10월엔 해군 대조영함이 13년 만에 일본에서 열린 관함식에 참석했다. 또 올 3월엔 한-일 해군참모총장 회담이 5년여 만에, 4월 한-일 육군참모총장 회담이 8년여 만에 열렸다. 미국은 또 2014년 12월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 약정을 주도해 사실상 이번 한-일 군사정보협정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협정 추진은 자칫 미-중 간 군사적 대결구도에 속절없이 끌려들어가는 수순이 될 수도 있다.
한-일 군사협력 강화가 일본 자위대의 활동범위를 넓혀주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자위대는 지난해 안보법제 제·개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 또 미 해군 함선의 방어 범위가 확대됐으며, 현재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곳에도 병참 등 후방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자위대가 한-일 간 군사 협력 등을 매개로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할 여지가 넓어지는 것이다.
실제 한-일은 일본 자위대의 작전범위와 관련해 이견을 노출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은 “자위대가 북한에 작전할 경우 한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카타니 겐 당시 방위상은 “한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이른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고 반박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의 재량권을 갖겠다는 취지이다. 이처럼 자위대가 한반도를 대상으로 상정하는 작전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한-일 군사협력 강화가 적절한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