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정문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등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 방침에 야권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28일 협정 체결에 반대한다는 뜻과 함께 비준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야권공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4년 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다가 국민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는데, 그 사이 무엇이 바뀌었고 개선되었길래 일본과 군사적으로 손을 잡겠다는 것이냐”며 “야권공조를 통해 협정 체결을 저지하겠다.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가속화하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국민정서는 물론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용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비대위 회의에서 “협정 체결은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에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내용적으로도 적절치 않은 협정 체결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로 북·중·러 대 한·미·일의 신냉전 블록이 형성되고 있는 시점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이러한 냉전 블록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외교안보본부장인 김종대 의원도 성명을 내어 “협정 재추진 결정은 한반도 안보 불안을 고조시킬 것”이라며 “안보문제로 국내정치 실패를 만회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내각과 외교안보 참모진은 총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도 협정 추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6일 국방부 실무자 대면보고나 25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일언반구도 없었던 협정 재추진 방침을 갑자기 발표한 것은 청와대 지시에 의한 국면전환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국방부에서 실무적으로 검토도 안 된 사안을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을 덮으려는 ‘청와대 오더’에 따라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철규 새누리당 의원은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MD)에 한국을 포함하기 위한 전초작업이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대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 국방부가 (북핵 대응 등)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판단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세영 박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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