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입법 예고…보훈처장 요청으로 교과과정 반영해야
호국보훈 빌미로 정치 편향된 안보교육 강요 시도 우려
호국보훈 빌미로 정치 편향된 안보교육 강요 시도 우려
국가보훈처가 유치원과 초·중·고교생에 호국보훈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호국 보훈’의 미명 하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안보교육을 강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보훈처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학생 등에 대한 호국보훈교육 시행을 내용으로 하는 ‘호국보훈교육진흥법’ 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입법예고된 제정안을 보면, 보훈처장은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호국보훈교육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교육부 장관 또는 시·도 교육감에 요청할 수 있으며, 이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교육과정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또 보훈처장은 학교에 호국보훈교육을 담당할 전담교사도 배치하도록 했다. 제정안은 공무원 등 공직자가 호국보훈교육의 이수 및 시행에 솔선수범해야 하며, 공공기관은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호국보훈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호국보훈교육 교재 개발 등을 위해 보훈처 산하에 호국보훈교육원을 설치하고 실제 교육을 담당할 호국보훈교육센터를 각 지역에 세운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보훈처는 법안 제정 이유에 대해 “국민의 호국보훈 정신과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으며, 특히 자라나는 세대의 건전한 국가정체성과 애국심 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훈처의 호국보훈교육 의무화 추진은 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주의 이념을 사회에 강요하려는 노력의 연장선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 1월에도 공무원 선발 기준으로 민주성과 공익성 등을 빼고 애국심 등을 핵심가치로 내세우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추진해 ‘사상 검증’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이번에는 ‘호국 보훈’을 앞세워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을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강요하려는 시도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다양한 평가가 존재하는 근현대사의 인물을 정부 주도로 호국·보훈이라는 관점에서 다룰 경우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을뿐더러 일방적인 안보교육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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