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한 1일 낮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통해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지켜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마감 단계”라고 말했다.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중앙조선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된 육성 연설에서 “지난해 주체 조선의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어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 강국, 군사 강국으로 솟구쳐올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제국주의자들의 날로 악랄해지는 핵전쟁 위협에 대처한 우리의 첫 수소탄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첨단무장장비 연구개발사업이 활발해지고 대륙간탄도로케트(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로케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군사 퍼레이드에서 선보인 KN-08이나 KN-14, 또는 지난해 4월 공개한 ‘새형(신형)의 대륙간탄도로케트(로켓) 대출력 발동기(엔진)’를 탑재한 새로운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언급함에 따라 북한은 조만간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남북관계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진 않았다. 남한의 불투명한 정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우리는 민족의 근본이익을 중시하고 북남관계개선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와도 기꺼이 손잡고 나갈 것”이라며 “민족의 통일지향에 역행하는 내외 반통일세력의 도전을 짓부셔버려야 한다”고 기존의 원칙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 “남조선을 타고 앉아 아시아태평양 지배전략을 실현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외세의 침략과 간섭책동을 끝장내며 진정한 민족의 주적도 가려보지 못하고 동족대결에서 살 길을 찾는 박근혜와 같은 반통일 사대 매국세력의 준동을 분쇄하기 위한 전민족적 투쟁을 힘있게 벌여야 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이 육성 신년사에서 남한의 대통령을 실명으로 언급하며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겨냥해선 “미국은 조선 민족의 통일 의지를 똑바로 보고 남조선의 반통일세력을 동족대결과 전쟁으로 부추기는 민족이간술책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아야 하며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또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핵위협과 공갈이 지속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앞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20일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날 낮 12시 30분(평양시 기준 12시)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발표됐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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