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국방부,외교부, 통일부, 국가보훈처 등 외교·안보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유사시 국회의 동의도 없이 예비군을 동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북한 지도부 등을 타격할 특수임무여단(특임여단) 창설은 2년 앞당겨 올해 마무리 짓기로 했다. 외교·통일 분야의 대북 제재·압박 기조는 그대로 유지한다. 통일·외교·국방 등 3개 부처는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외교부 청사)에서 2시간 남짓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한테 이런 내용이 담긴 새해 업무보고를 했다.
황 대행은 이날을 시작으로 5일 기재·산업·국토부와 공정위·금융위 등 5개 부처, 6일 미래창조·문체·농림·해수부와 방통위 등 5개 부처, 9일 교육·복지·환경·노동·여가부와 식약처 등 6개 부처, 11일 행자·법무부와 권익위·안전처·원안위·법제처·인사처 등 7개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다.
국방부는 국회의 사전 동의 없이 예비군의 부분동원을 입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현행 법체계에서 유사시 예비군(267만명) 동원은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총동원이 아닌 부분동원은 국회의 동의 없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병력 감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국지 도발 대책으로 신속한 예비군 동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민의 강제 동원을 정부 재량에 맡기면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는 반론이 강하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8월 이런 내용의 통합방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야당 의원 등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국방부 당국자는 “동원 요건을 중대한 적 침투 상황, 현역 군·경으로 해결 불가능, 신속 대응 필요 등으로 엄격히 하는 등 기본권 침해 소지를 줄였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대북 억제력 강화 방안과 관련해 유사시 북한 지도부 제거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특임여단을 올해 창설하는 계획을 보고했다. 이 여단은 애초 2019년 창설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 속도가 빨라진다고 판단해 전쟁 지휘부 무력화를 위한 군사 대응 조처도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지난해에 이어 북핵 해결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전방위적 대북 제재·압박의 틀을 활용해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보고에서 북한과 관련해 “기만적 대화 공세”라는 표현을 빼고는 ‘대화’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외교부는 20일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와 “최상·최강의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조기에 개최할 수 있도록 협의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박근혜 정부가 유지해온 정책 원칙과 일관성을 계속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대북제재 이행체계 강화와 실효성 제고 등을 강조하며, “남북 당국간 의미있는 대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필요성과 시급성, 투명성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해 10월 민간단체의 대북 수해지원 움직임을 같은 이유를 들어 막은 바 있다. 이산가족 상봉도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한 개최가 어려울 전망이다.
박병수 정인환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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