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맨 오른쪽)가 2일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맨 왼쪽)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2일 방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10여일 만에 이뤄진 이번 방한을 계기로 미국 새 행정부가 향후 한반도 정책 기조를 어떻게 잡을지 관심이 모인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오후 전용기로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들어왔다. 매티스 장관은 곧바로 서울로 이동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차례로 예방했다. 그는 황 대행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양국 동맹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음을 분명히 전달해 달라고 했다”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나가는 데 한·미 양국이 어깨를 나란히 함께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문제도 거론됐다. 총리실은 회동 뒤 자료를 내어 “양측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도 계획대로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 국방장관은 1월31일 전화통화에서도 “주한미군 사드 배치 계획대로 추진”에 공감했다고 국방부가 밝힌 바 있다. 매티스 장관은 방한 이틀째인 3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한 뒤 일본으로 떠난다.
매티스 장관의 방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가다듬기 위한 탐색전의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매티스 장관이 우선 우리 쪽 얘기를 많이 듣겠다는 생각으로 방한했다고 들었다. 북핵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 듣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정식 취임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이 구색을 갖추게 됨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 향배를 둘러싼 탐색과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현지시각)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따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이전 행정부들과 다른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향방에 대해 협상 재개를 모색하리라는 전망과 이전보다 더 강경한 기조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한다.
협상 쪽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전략적 대결을 준비하고 있지만, 미-중 대결이 전면전으로 가기는 어려운 만큼 역설적으로 북한 문제가 미-중 간 협력 지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중국도 북-미 간 해빙을 원한는 만큼 협상 재개가 미-중 갈등의 완충 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과 상충된다. 북핵 문제가 미-중 관계의 큰 테두리를 벗어나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 전복이나 선제 타격론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미 의회와 대북 강경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런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하지만 이는 실행 요구라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압박 성격이 짙다. 매티스 국방장관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군사적 선택지에 가장 신중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박병수 정인환 김지은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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