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4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전체회의에 참석해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지난 12일 발사된 북한 ‘북극성-2’ 미사일의 발사 각도가 89도의 고각이었으며 정상 각도로 쐈으면 사거리가 2000㎞ 이상일 것으로 14일 국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또 당시 미사일 비행속도가 ‘마하 8.5’(음속의 8.5배)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마하 9.5 이상’이라는 군 정보당국의 평가와 다른 것이다. 정보기관 간 기본적인 정보교환조차 안 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국정원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정보위 보고 내용은 초도 분석 결과이며 종합 분석한 비행속도는 ‘마하 10’”이라고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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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2’ 사거리 2000㎞ 이상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북극성-2 미사일에 대해 “아직 정확한 분석은 안 됐지만 미사일을 고각으로 안 쏘고 바로 쏘면 2000㎞ 이상 나간다”고 밝혔다고 이철우 정보위원장(자유한국당)이 전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같은 날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서 북극성-2 미사일을 “신형 고체추진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했다. 중거리미사일(IRBM)은 사거리 3000~5500㎞인 미사일을 말한다. 두 정부 기관의 사거리 평가가 제각각인 셈이다.
북한은 미사일의 사거리를 밝히지 않았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장거리 전략탄도탄”이라고만 했을 뿐이다. 군 당국은 ‘IRBM’을 ‘중거리’ 미사일로 번역한다. 그러나 ‘중장거리’ 미사일로 변역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런 용례에 비춰보면, 북한의 ‘중장거리’ 전략탄도탄 북극성-2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사거리 3000~5500㎞급의 미사일이라는 주장이 된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시 ‘무한궤도형 발사차량’이 처음 확인돼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바퀴에서 궤도로 바뀌어서 이동 속도가 더 느려졌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우 위원장은 “속도가 빠른 바퀴 차량이 더 낫지만 중국에서 특수화물차 수입을 못하기 때문에 궤도 차량을 쓰게 된 것 아니냐는 추정을 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바퀴 차량의 대북 수출을 막자, 북한이 궤도 차량을 자체 조달했을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유엔 제재 등의 효과를 강조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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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체인·사드로 대응할 수 있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의 고체연료 미사일 도입으로 킬 체인이 무용지물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킬 체인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 징후가 포착되면 선제타격하는 작전 개념이다. 그러나 북극성-2와 같은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 미사일과 달리 발사 전 연료 주입이 필요없다. 그 만큼 사전 징후를 포착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연료 주입은 은밀한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알기 어렵다. 킬 체인에는 애초 연료 주입 문제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체 미사일이라고 대응이 더 어려워질 것은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미군이 추진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도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극성-2의 속도가 마하 10에 달해 패트리엇으로 거의 방어가 되지 않는다”며 사드 포대의 추가 도입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에서 사거리 2000㎞ 이상인 미사일을 쏘면 한반도를 벗어난다. 북한이 사거리 300~1000㎞인 스커드를 두고 굳이 이런 미사일을 발사할지는 의문이다.
사드로 북극성-2를 요격할 수 있을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철우 정보위원장은 “사드가 마하 14까지 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극성-2가 상승할 때 최대 속도는 마하 9.5 이상이었지만, 하강 속도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합참이 밝혔다. 사드는 하강하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때문에 문제는 하강 속도다. 북극성-2의 하강 속도가 확인되지 않는 한 사드의 요격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가늠해볼 기준은 있다. 미군의 공식 자료는 사드가 사거리 3000㎞ 이하인 ‘준중거리 미사일’(MRBM) 요격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이상 사거리의 미사일에 대해선 요격 시험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북극성-2가 국방부나 북한의 주장대로 ‘중거리 미사일’이면 사드의 요격 능력을 벗어날 수 있다. 반면 국정원 주장대로 사거리가 2000㎞를 넘는 정도의 수준이면 사드로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