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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이어도 ‘국민 관심’ 커지면 중국도 함부로 못할 것”

등록 2017-02-22 19:19수정 2017-02-22 21:23

[짬] 첫 이어도 대중서 낸 고충석 이사장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

“우리 국민들이 이어도를 독도만큼 잘 알아야 합니다.”

고충석(65) 이어도연구회 이사장이 최근 <이어도, 그것이 알고 싶다>(인간사랑)를 펴냈다. 국민들에게 이어도를 좀더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이어도가 독도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도 해역은 한국의 수출입 물량 99%가 통과하는 핵심 해양무역 통로입니다. 또한 이어도 주변 해역을 포함한 동중국해에는 다량의 원유를 포함한 해양자원이 아주 풍부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이어도를 ‘무관심 속에 가두어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중국은 이어도에 대한 ‘욕심’을 점차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 1월9일에는 전략폭격기를 포함한 중국의 군용기 10여대가 이어도 인근에서 무력시위까지 벌였다. 이어도에 출몰하는 중국 어선도 늘고 있다. 고 이사장을 지난 11일 만나 ‘최초의 이어도 관련 대중서’에 대해 물어봤다.

중국은 이미 2007년말 정부 기관의 인터넷 누리집에 ‘쑤옌자오(이어도의 중국 이름)는 중국 땅’이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이렇게 이어도에 무관심한 상황이 지속되면 큰일 나겠다” 싶었단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이어도에 대해 교육하고 홍보할 만한 대중서가 절실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대중에게 이어도를 알리는 것은 그가 이어도연구회를 설립한 목적이다. 제주경실련 대표, 제주대 총장 등을 지내고 현재 제주국제대 총장을 맡고 있는 고 이사장은 2005년 무렵부터 이어도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중국이 센카쿠열도와 난사군도 등에서 해양 영토분쟁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언젠가는 이어도도 분쟁지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는 것이다. 이어도연구회는 2007년 한-일 간 독도 문제로 시끄러웠을 때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연구회는 그동안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 깃들어 있는 이어도의 모습을 탐구하는 등 이어도가 우리의 해양 영토임을 입증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회는 또 이를 ‘이어도 문학회’, ‘이어도 사진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알려왔다. 한겨레문화센터와 함께 해마다 ‘해양아카데미’를 열어 일반 시민들이나 교사들에게 이어도해양과학기지를 직접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대표적인 활동 가운데 하나다. 2013년에는 대중가요 ‘이어도가 답하기를’을 만들어 김국환씨를 통해 전파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 이어도연구회 활동
우리 해양영토 입증할 다양한 연구
책에서 ‘이어도 100문100답’ 시도
연구성과 대중 눈높이 맞춰 정리

“이어도는 해양영토 수호 첨병
독도와 함께 중·고 교과서에 실려야”

이번 책 발간은 이어도를 널리 알리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다. 서적이라는 특성상 대중들에게 ‘종합적으로’ 이어도 관련 내용들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은 이어도연구회가 그동안 인문학·자연과학·공학·사회과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 연구한 성과물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재집필했다. 구성도 대중적이다. 인문지리, 역사설화와 문화, 제주인의 이어도, 해양환경,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 유엔해양법, 그리고 이어도와 해양주권 등 10개 주제로 나누고 주제별로 다시 10개의 질의응답을 하는 형식이다. 이어도에 대한 ‘100문 100답’인 셈이다. “이어도에 대한 어떤 질문도 책에서 쉽게 찾고 이해도를 높이도록 했지요.”

가령 이어도라는 이름과 중국이 이어도에 붙인 명칭인 蘇岩礁(쑤옌자오)는 각각 언제 생긴 이름일까. 그의 책에선 우리나라에서 이어도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 1897년 저술된 석촌 이용호(1842~1905)의 <청용만고>라고 설명한다. 고종 때 벼슬을 하다 제주도로 유배를 간 이용호가 제주 여인들이 방아를 찧으면서 부르는 노래 속에서 ‘이여도’(離汝島)라는 이름을 찾아 기록해놓은 것이다. 그만큼 이어도는 제주도민들의 문화와 생활 속에 예전부터 깊이 자리잡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어도를 지칭하는 중국 명칭인 쑤옌자오는 중국 당국이 1992년에야 비로소 지어 붙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책은 또 한국과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도 꼼꼼히 살핀다. 한국 쪽은 이어도 해역의 관할권 경계선을 한-중 간 등거리로 할 것을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마라도에서 149㎞ 떨어진 이어도는 당연히 한국이 관할해야 한다. 이어도는 중국 서산다오에서는 287㎞나 떨어져 있어서다. 중국은 자국의 해안선이 더 길고 자국의 인구가 더 많다는 점 등을 내세워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 주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책은 국제해양법과 국제적 관행에 비추어볼 때 “한국의 등거리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 이사장은 현재 한국과 중국이 이어도 관할권을 둘러싸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펴낸 책을 통해 이어도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이 이어도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질수록 “중국이 대국이라고 해서 바다를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국민의 이어도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까지 더 높아져야 할까. 고 이사장은 서슴없이 “이어도의 중요성을 놓고 볼 때 이어도가 독도와 함께 중고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답한다. 동해의 독도와 마찬가지로 서남해에서는 이어도가 우리의 해양 영토를 지키는 첨병이라는 얘기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사진 이어도연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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