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서울-고성 자전거 대행진’ 이끄는 황의원 대표
황의원 런앤라이드 대표.
자전거 전령사 100대 광화문 출발
관광버스길 250㎞ 달려 고성까지 5년전 통일맞이 ‘평화행진’ 참가
“통일과 자전거가 인생 키워드로”
라이딩 전문 여행 기획사도 차려 “자전거를 탄 참가자들은 모두 ‘다시 가자 금강산’ 깃발을 꽂고 달리게 됩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참가자들의 마음이 많은 남쪽 시민들은 물론이고 북쪽에까지 알려졌으면 합니다.” 황 대표는 행진을 마친 저녁이면 ‘금강산 관광의 재개 필요성’을 주제로 한 신양수 금강산기업인협의회 회장의 강연을 듣거나(첫째 날), 금강산 관광 동영상을 보고 참가자들의 바람을 ‘3분 스피치’로 표현하는 시간도 마련한다(둘째 날)고 했다. 몸은 고단할지라도 금강산 관광 재개를 바라는 마음은 잠시라도 놓지 않겠다는 뜻이란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야 금강산 관광이 남북한 관계 회복에서 갖는 중요성을 행진단도 파악하고, 시민들에게도 제대로 알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참가자들 중에는 전문적인 자전거 라이더들도 있고, 자전거를 좋아하는 시민사회 활동가들도 있어요. 하지만 고성에 닿았을 때는 모두 한마음이 돼 있을 것입니다.” 이런 확신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실제 그 자신이 5년 전인 2012년 8월15~18일 열린 ‘남북 화해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자전거 평화행진’에서 경험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통일맞이 등이 주최했던 그 행사에 황 대표는 ‘단순참가자’로 합류했다. 그는 당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회인야구연합회 소속의 직장인 야구감독이었다. 하지만 250㎞의 자전거길이 그를 변화시켰다. “고성에 도착한 마지막 날 참가자들이 만찬 때 너나 할 것 없이 통일의 중요성을 얘기하시고, 몇몇 분들은 눈물까지 흘렸어요.” 그때의 감동 덕에 이후 그의 삶에서 ‘통일’과 ‘자전거’가 중심 단어가 됐다. 통일맞이가 진행하는 통일 관련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2013년에는 통일맞이 주최로 7월27일~8월8일 고성에서 임진강까지 도보로 행진한 ‘정전 60주년, 휴전선 국토대장정’에서는 대열 전체의 안전과 지원을 책임지는 지원팀장으로 활동했다. 남북경협인 중심의 모임인 남북경협포럼에도 가입하여 공연 <오작교 연가>의 기획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2016년 초에는 자전거 여행과 관련한 회사인 런앤라이드도 설립했다. 따라서 ‘다시 가자 금강산’ 행사는 그의 삶의 두 핵심 키워드가 하나로 이어지는 소중한 기회인 셈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남북관계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번 자전거 대행진은 금강산 앞 고성까지만 달리지만, 이것이 남북관계 개선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 남북관계나 국제정세를 볼 때 남북관계 개선의 길은 결코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쌓인 남북간 불신과 앙금의 골이 깊고, 북한도 국제적인 제재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기미를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관심을 쏟지 않는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작은 정주영’의 마음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황 대표의 발언에서 간절함이 묻어난다. 사실 현재 시점은 ‘정주영’이 다시 필요한 때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소떼 방북(1998년 6월과 10월), 금강산 관광(1998년 11월)을 통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여냈다. 그의 이런 노력은 남북 정상이 2000년 6·15 공동선언을 만드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 그렇게 보면 금강산 관광은 6·15 시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6·15 시대가 가능하도록 만든 ‘마중물’인 셈이다. 황 대표는 지금도 ‘작은 정주영’들이 힘을 보탤 때에만 새 정부가 ‘지난 9년의 남북관계 단절의 시대’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앞으로 10만명 정도가 자전거로 금강산에 가겠다고 신청하면 금강산 자전거길은 자연스럽게 열릴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고성에서 금강산을 가는 길뿐만이 아니라, 개성~평양~원산을 거쳐 금강산으로 가는 새로운 길도 시작될 것이라는 게 그의 믿음이다. 이번 ‘다시 가자 금강산’ 행사는 그런 새로운 길을 향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황 대표와 100명의 자전거 전령사들이 몰고 올 ‘금강산 꽃소식’을 부푼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02)392-3615. 글·사진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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