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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핵에 가려 놓치는 ‘사람 사는 북한의 변화’ 포착했죠”

등록 2017-06-06 20:39수정 2017-07-13 15:46

【짬】 ‘압록강 건너 사람들’ 사진전 조천현 작가

조-중 국경인 압록강과 두만강변에서 20년동안 북녁 사람살이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해온 조천현 작가.
조-중 국경인 압록강과 두만강변에서 20년동안 북녁 사람살이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해온 조천현 작가.

“한국에서 사라져가는, 잃어버린 향수가 북한에 남아 있습니다. 소박하게 살면서 변화하는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7~9일 의정부시 경기도북부청사 1층에서 ‘압록강 건너 사람들’ 제목으로 사진전을 여는 조천현(51·사진) 작가의 말이다. 그는 1997년부터 20년 동안 압록강과 두만강변에서 강 건너 북한 사람들을 찍어왔다.

의정부의 통일준비하는시민모임 통일문화재단(이사장 서기원) 창립 20돌 기념으로 열리는 이번 사진전에서는 압록강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빨래하는 아낙, 들녘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압록강 풍경 등 북녘 사람들의 생활상을 담은 60여점을 볼 수 있다. 그가 보기에 “남한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북한 이미지는 15~20년 전 모습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남한에서는 언제나 ‘식량난’과 ‘핵개발’이라는 프레임만으로 북한을 보기 때문에 정작 ‘사람 사는 북한의 변화’를 놓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에 있는 작업실에서 조 작가를 만나 그의 렌즈 속에 잡힌 ‘우리가 못 보고 있는 북한’을 들여다봤다.

“임진강·판문점 갔더니 분단 냄새만 가득”
압록강·두만강 ‘조-중 국경’ 20년 기록
“강건너 두 나라 모습이 더 우리나라다워”

‘편견·경계 없이 있는 그대로 찍자’ 원칙
비디오 포함 사진기 30여개·렌즈도 다양
“남북대화 막는 ‘북한불변신화’ 바꾸고파”

“임진강이나 판문점도 여러 차례 가봤지만 우리나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 작가는 가까운 남북 경계 지역을 놔두고 조-중 국경지대를 20년이나 고집스레 지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남북의 경계에서는 무기를 든 군인과 삼엄한 철조망으로 인해 ‘분단의 냄새’만 너무도 짙게 난다. 서로 밀어내고 대립하는 이미지로 꽉 차 있다. ‘사람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그래서 “그곳은 우리나라이지만 우리나라 같지 않다.”

하지만 그는 두만강·압록강변에 가면 사람 사는 모습을 느낀다.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가며 찍어야 하지만 “청계천만큼이나 폭이 좁은 곳이 많은 압록강변에서는 건너편 북한 주민들의 일상이 생생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는 조선족과 북한 주민들이 강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하고, 국적도 언어도 다른 중국 사람과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그곳은 우리나라가 아니지만 우리나라 같다.” 그래서 그는 공안에 잡혀 3년 가까이 중국 입국이 불허되기도 했지만 또 가고 또 갔다.

초기 조 작가가 관심을 가진 것은 ‘탈북자’였다. 압록강을 건너온 수많은 탈북자들을 만나 비디오로 찍었다. 그때 만든 다큐멘터리가 여러 차례 지상파 방송을 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가 북한 문제를 다룰 때 보이지 않는 커다란 벽 또는 금기가 있음을 느꼈다”.

“제가 경험한 탈북자는 대략 세 부류입니다. 남으로 오고 싶어하는 사람, 중국에 남고 싶어하는 사람, 그리고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남한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 작가는 이 세 부류의 탈북자들이 모두 자기 의사를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2000년대 초 이른바 ‘기획탈북’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여러 차례 쓰기도 했다. 한국행 희망자를 ‘기획탈북’으로 데려오면 다른 두 부류의 탈북자들이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한국행 탈북자를 도와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조용히 진행해야 합니다.”

그가 이처럼 생각하는 배경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움이 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압록강 취재를 하러 간 사이 홀로 돌아가셨다. “그때야 비로소 북으로 돌아가고픈 탈북자들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어떤 편견도 없이 모두 있는 그대로 보자’는 원칙을 마음에 새겼다. 그는 최대한 다양하게 찍고자 비디오카메라까지 포함해 30여개의 사진기를 사용한다. 렌즈도 보통렌즈에서 600m 망원렌즈까지 가지고 있다. “그래서 뗏목, 너와집, 소 두 마리가 끄는 겨리 쟁기질, 외발기 썰매, 달구지, 소발구 등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그대로 담으면서도,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변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는 최근 북한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가령 몇년 전만 해도 북한 아이들이 플라스틱통을 껴안고 물놀이를 했는데 최근에는 튜브를 가지고 놀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의 옷차림도 굉장히 다양해졌다. 소풍 나온 듯 달걀 등을 싸가지고 오는 모습도 늘어났다.

조 작가는 ‘변하지 않은 듯 변화하는’ 북한을 기록한 이번 사진전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남북대화를 가로막는 잘못된 ‘신화’ 중 하나가 ‘북한은 불변한다’는 주장”이라는 그는 “그런 불변 신화가 잘못된 것임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어쩌면 그도 자신의 오랜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른다. 바로 “남북의 경계선에서 ‘사람의 모습’을 찍고 싶다”는 것이다. (02)3273-7811.

글·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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