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여자 선수들이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뒤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아이오시) 위원을 대표로 하는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참석을 위해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방한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주관하는 국제대회를 위한 것이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교류여서 눈길을 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체육 교류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도 관심사다. 북 태권도 시범단의 방한은 2007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대회 조직위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방한한 북 시범단은 장 위원과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아이티에프) 총재를 포함해 모두 36명이다. 이 가운데는 렁와이멩, 마리오 보그다노프 부총재, 마이클 프루폼 유럽회장과 조지 비탈리 대변인 등 아이티에프 외국인 임원 4명이 포함됐다. 아이티에프는 북한이 주도하는 태권도 관련 국제기구다. 나머지 29명은 실제 시범을 선보일 북한 선수단과 조선태권도위원회 등 체육계 인사들이다.
북 시범단의 단장 격인 장웅 위원은 북한의 대표적인 스포츠 외교관으로, 1996년 미국 애틀랜타 하계올림픽 때 아이오시 위원으로 선출됐다. 장 위원은 특히 아이티에프 총재로 13년간 일하면서, 남북 태권도 교류에 앞장서왔다.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 김운용 아이오시 위원과 함께 남북한 선수단 동시 입장을 성사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정부 당국자는 “북 시범단의 방한은 세계태권도연맹의 초청을 북이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이미 한달여 전 결정된 일”이라며 “세계선수권대회라는 국제 행사를 통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교류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시범단 일행으로 방한한 조선태권도위원회 임원진 가운데는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당국자도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기간 중 통일부에선 천해성 차관이 24일 오후 열리는 개막식을 비롯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북측과 만날 일정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오·만찬 등 계기에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계태권도대회에는 183개국에서 선수단 1768명이 참여하는 최대 태권도 축제다. 대회는 24일 오후 4시 전북 무주군 설천면 태권도원의 T1경기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30일까지 8일 동안 열린다. 북한 태권도 시범단은 이날 개막식(저녁 6시 예정)과 30일 폐막식(저녁 7시40분 예정)에서 공연을 한다. 시범단은 또 26일(오후 5시)엔 전주시 전북도청, 28일(오후 4시)에는 서울 국기원에서도 공연한다. 네번 모두 한국 주도의 세계태권도연맹과 한 무대에 선다.
앞서 지난 20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도 장관은 당시 올림픽 출전권을 딴 우리 여자아이스하키팀에 북한 선수 일부가 합류하는 단일팀 구성, 북한 내 성화 봉송, 북한 응원단 초청, 북한 마식령 스키장 활용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장웅 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및 일부 종목 분산 개최에 대해 언론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을 안다”면서도 “나는 논의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인환 기자, 무주/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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