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4’형 기술적 논란 뭔가-
북 “대형 핵탄두 장착 가능하고
수천도 고온과 과부화·진동 견뎌”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등 주장
군 “화성-12형을 2단으로 개량”
사거리 7000-8000km로 추정
초기 정도의 ICBM급으로 평가
북 “대형 핵탄두 장착 가능하고
수천도 고온과 과부화·진동 견뎌”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등 주장
군 “화성-12형을 2단으로 개량”
사거리 7000-8000km로 추정
초기 정도의 ICBM급으로 평가
북한은 5일 전날 시험발사한 ‘화성-14’형을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케트(미사일·ICBM)”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확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고정식 발사대에서 발사된 사실 등을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성공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화성-14형이 화성-12(KN-17)형을 2단 미사일로 개량한 것이라는 잠정 평가를 내놓았다. 지난 5월 발사된 화성-12형은 액체연료 엔진을 쓰는 1단 미사일로 사거리 4000~5000㎞로 추정된다.
북한도 이날 오후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화성-14형 발사 과정을 담은 4분37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하면서 미사일 동체에 설치한 4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단 분리 장면과 함께 ‘1계단과 2계단 분리’라는 설명자막을 덧붙여, 2단 미사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국방부는 또 화성-14형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급 사거리의 신형 탄도미사일”이라고 평가했다. 통상 사거리 5500㎞인 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분류하는 만큼, 사거리로 보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뜻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화성-14형의 사거리를 7000~8000㎞로 추정하며 “사거리를 중심으로 볼 때 초기 정도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일부 언론은 화성-14형이 알래스카뿐만 아니라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내놓았다. 우지 루빈 전 이스라엘 미사일방어국장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초기 분석 결과만 놓고 볼 때 화성-14형의 사거리는 6200마일(9977㎞)로, 샌프란시스코가 사정권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화성-14형의 대기권 재진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완성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평가에는 물음표를 달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비행 중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으로 들어와서 지표면의 목표물에 떨어진다.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미사일 탄두는 마하 20~25의 엄청난 속도로 들어오기 때문에 통상 7000℃까지 올라가는 엄청난 마찰열과 압력, 진동을 겪는다. 이런 열과 진동으로부터 탄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다. 이 기술이 없으면 탄두는 재진입 단계에서 대기권의 반발로 밖으로 튕겨져 나가거나 연소돼버린다. 한민구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하려면 거리, 재진입, 유도조정, 단 분리 등에서 성공해야 한다”며 “특히 중요한 것은 우주로 날아갔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한 탄두부가 군사적 성능을 발휘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재진입 기술 성공 여부에 대해선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최소 7000℃에서 견딜 수 있는 탄두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도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대기권 재진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개발 성공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방부는 화성-14형이 전날 고정식 발사대에서 발사된 사실도 화성-14형이 아직 미완성 미사일임을 방증하는 사례로 제시했다.
반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화성-14형 시험발사에서 “새로 개발한 탄소복합재료로 만든 전투부 첨두”의 “열견딤 특성과 구조 안정성”을 확증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를 주장했다. 또 “재돌입 시 전투부에 작용하는 수천 도의 고온과 가혹한 과부하 및 진동 조건에서도 전투첨두 내부 온도는 25~45℃의 범위에서 안정하게 유지되고 핵탄두 폭발 조정장치는 정상 동작하였으며 전투부는 그 어떤 구조적 파괴도 없이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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