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규탄 성명에서 평가 바꿔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 ‘화성-14’형에 대한 평가를 하루 만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격상해 배경이 주목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4일(현지시각) 공식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더욱 강력한 조치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북한이 시험발사한 화성-14형을 대륙간탄도미사일로 공식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날 미군이 내놓은 평가를 바꾼 것이다. 화성-14형 발사 당일 하와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 태평양사령부는 “북한 방현 비행장 근처에서 지상 발사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이 발사됐다”며 ‘중거리탄도미사일’로 규정했고, 미국 콜로라도에 위치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북미 지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국의 군 당국은 전날 화성-14형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인지 여부에 대해 “정밀 분석 중”이라며 단정적 표현을 피하다가 하루 만인 5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국회 답변을 통해 “초기 정도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미사일 능력에 대한 정보당국의 평가가 이처럼 바뀌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실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월 북극성-2형 발사 때 “무수단 개량형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가, 북한이 다음날 ‘북극성-2’형 발사 사실을 밝히는 바람에 망신살이 뻗친 적이 있다. 또 지난해 9월엔 북한이 미사일 3발을 발사하자 “노동미사일”이라고 발표했으나, 같은 해 12월 ‘2016년 국방백서’를 출간하면서 아무 해명도 없이 슬그머니 ‘스커드-ER’로 수정했다. 대체로 합참 발표가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 결과인 만큼 이는 미군 정보당국의 평가 수정이기도 하다. 합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사일의 고도나 궤적, 속도 비행거리 등의 데이터가 추가 분석되면서 정보 평가는 수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정보는 더 정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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