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론 “김정은이 조건붙은 대화 나오겠나”
긍정론 “최고 담판 필요…대화원칙 밝힌 것”
긍정론 “최고 담판 필요…대화원칙 밝힌 것”
문재인 대통령의 5일 남북 정상회담 제안은 남북간 현안 해결에 남북 최고권력자의 담판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선언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개최 조건으로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될 것 등 2가지를 달았다. 또 회담 의제에 대해선 △핵 문제 △평화협정을 포함한 남북한 모든 관심사로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횟수는 “한번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추진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동안 단 한 차례만 남북 정상회담을 했던 것과 비교된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언급한 ‘여건’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을 의식한 표현으로 보인다.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분위기에서 아무 조건 없이 남북 대화를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이번 제안은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방송 <시비에스>(CBS)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금년 중으로 그런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다양하고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것이 금년 중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을 좀 더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조건을 닮으로써 실현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나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할 때 전제 조건을 단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이 국내외 보수적인 시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은이 조건이 붙은 대화에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설득해야 하는 쪽이 조건을 붙이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제안을 즉각적인 정상회담 제안이라기보다는 대화의 원칙을 밝힌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여건이 갖춰지면’이라는 말을 조건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남북관계 개선에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필요하다는 점을 밝히고, 여건이 갖춰질 환경을 만들어가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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