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강경화·북 리용호 참석 예정
북 거부 가능성 커 선뜻 추진 못해
외교부 “현재론 정해진 게 없다”
북 거부 가능성 커 선뜻 추진 못해
외교부 “현재론 정해진 게 없다”
오는 6~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제24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 발사 이후 첫 다자 외교무대다. 북핵 6자회담 참여국 외교 수장이 모두 모이는 자리여서 남-북, 북-미 등 양자접촉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외교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7일 오전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전후로 공식 양자회담만 15차례 추진한다. 특히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이번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강 장관과 리 외무상이 어떤 식으로든 처음 얼굴을 마주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사상 첫 남북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된 것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무대였다. 그해 역사적인 6·15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린 직후 태국 방콕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정빈 외교부 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은 처음으로 남북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따른 후속조치로 제안한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에 대해 북한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로선 북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접촉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다만 우리 쪽의 접촉 시도를 북쪽이 거부할 가능성이 있어, 외교부도 선뜻 남북 외교장관 회담 추진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로선 (남북 접촉 여부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북-미 접촉 성사 가능성은 일단 낮아 보인다. 북한이 7월에만 두 차례나 아이시비엠을 발사한 직후여서, 북-미 외교 수장이 공개적으로 회담을 여는 것은 시기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북-미 외교장관 회담 자체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 국무부 당국자는 2일(현지시각)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리용호 북 외무상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이 1일에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재차 거론한 터라, 현지 상황에 따라 가벼운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긴 어렵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한-미가 사드 체계 배치 결정을 발표한 직후 열렸던 지난해 회의에선 이 문제가 의장 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사드가 실제 배치된 상태여서, 중국의 반응이 더욱 격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밖에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12·28 합의에 대한 조사 작업에 들어간 직후여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 쪽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인환 노지원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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