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정보국 “북 소형핵 성공” 평가
트럼프 “북 화염”···북 “괌 작전” 맞불
“핵무기 쓸 일 없어야” 트럼프 재반격
틸러슨 “상황변화 없다” 진화 나서
북, 캐나다 국적 임현수 목사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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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미사일 문제로 한반도 주변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9일 북한과 미국이 서로 무력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식의 거센 ‘말폭탄’을 주고받았다. 가뜩이나 ‘8월 한반도 위기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북한은 “괌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공언하는 등 ‘강 대 강’ 대치가 심화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4·5면
북한군 전략군은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앤더슨공군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략군은 “괌도 포위사격 방안은 곧 최고사령부에 보고되며, 김정은 동지께서 결단을 내리시면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략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운용부대다. 미국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를 전날인 8일에도 한반도 상공에 전개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도 성명을 내어 미국에 맞서 ‘전면전’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성명은 “미국의 무모한 선제타격 기도가 드러나는 그 즉시 서울을 포함한 1, 3 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들을 불바다로 만들고 태평양 작전전구의 미제 침략군 발진기지들을 제압하는 전면적인 타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런 위협은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더이상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며 “(그러지 않으면)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 뒤 몇시간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 상태를 넘어 매우 위협적”이라며 “금방 말했듯이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워싱턴 포스트>가 미 국방부에 딸린 국방정보국(DIA)의 평가를 인용해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보도에 대한 반응으로 추정된다. 그는 북한의 괌 폭격 위협 뒤인 9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바라건대 우리가 핵무기를 사용해야 할 필요가 없어야만 하나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가 아닌 때는 없을 것이다”라며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더 높였다. 그의 발언은 취임 이후 수위가 가장 높은 대북 경고다. 지금까지는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식으로 ‘군사행동’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암시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번엔 북한에 대한 핵 공격까지 언급한 셈이다.
‘트럼프식 불바다’ 발언이 조만간 혹은 실제로 북한을 타격하겠다는 뜻으로 보긴 이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상황이 지난 24시간 동안 극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것을 내가 알지 못한다”며 “미국인들은 밤에 잠을 잘 자야 한다”는 말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파장을 진화하고 나섰다. 북한도 이날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억류 중인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를 병보석으로 석방했다. 전날 평양을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특사단을 맞아 임 목사를 석방함으로써 미국을 향해 상황이 극단적으로 악화되는 것을 피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한반도 위기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 평가에 대한 미 정부 보고서들이 잇따라 유출되고, 미국 내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 연합훈련(21~23일)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거친 발언이 북한의 위협 인식을 고조시키고, 양쪽의 오판에 따른 우발적 충돌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을 선제타격할 수도 없고, 미국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양쪽의 거친 말싸움은 각각 국내 여론을 의식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과도한 말 대 말의 대결이 ‘행동’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중·러 등 주변국과 함께 상황 관리를 위한 사려 깊은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정인환 정유경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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