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정부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부 및 보훈처 핵심청책토의에서 머리 발언을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첫 국방부 핵심정책 토의(업무보고)에서 군의 자신감 부족을 질타하며 ‘군기 잡기’에 나섰다. ‘국방개혁 2.0’의 철저한 추진을 적극 독려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간 경제력의 차이가 45배에 달하는 점을 지적하며 “절대 총액상으로 우리 국방력은 북한을 압도해야 하는데 실제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또 “군은 늘 우리 전력이 (북한에) 뒤떨어지는 것처럼 표현한다”, “(이러면) 어떻게 군을 신뢰하겠느냐”고도 질책했다. 문 대통령이 5월 취임 직후 국방부를 방문해 “군을 믿는다”고 신뢰를 보여주던 분위기와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마치 10여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반대하는 군 출신 인사들을 향해 “똥별”이라고 비판하며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일갈하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문 대통령의 이날 질책도 크게 보면 노 전 대통령 문제의식의 연장선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우리가 북한 군사력을 감당하지 못해 오로지 한·미 연합방위능력에 의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한 대목 등은 우리 군의 ‘홀로서기’에 대한 강력한 주문으로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1970년대를 넘어서면서 경제력이 앞서고 수십년간 국방비 지출이 앞서는데 왜 아직도 확고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 제기한 것”이라며 “군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개혁에 나서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의식의 해결 방안으로 ‘강력한 국방력 구축’과 ‘전작권 조기 환수’라는 두 축을 제시해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5월 국방비 증가율을 과거 정부의 3~4% 수준에서 7~8% 수준으로 대폭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군이 행사하고 있는 전작권의 전환과 관련해선 문 대통령이 직접 지난 6월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속한 전환”에 합의했으며, 국정기획자문위의 국정 과제에서도 ‘조기 전환 추진’이 명문화됐다.
국방부는 이날 “한국군 주도의 공세적인 전쟁수행 개념”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으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한국형 대량응징보복(KMPR) 등 이른바 3축 체계의 조기 구축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질책에 대한 답변 성격으로 보인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업무보고를 마친 뒤 언론 브리핑에서 “3축 체계 구축이 그동안 조금 지연된 것이 사실이지만 2020년대 초반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끊이지 않는 방산비리에 대해서도 “무기중개상 관련 군 퇴직자를 전수조사하고 무기 획득 절차에 관여하는 군에 대해서는 신고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음을 냈다. 방산비리를 막지 못하면 국방력 강화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문 대통령은 또 예비역 등에 대한 보훈정책과 관련해 “군을 충분히 예우 못하는 보훈정책도 문제지만, 군 장성 출신이나 재향군인회 등 보훈 단체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편향성을 보여 사회적 존경을 잃은 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 운동도 교과 과정에 포함시키고 광복군 역사도 우리 역사에 편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김규남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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