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각) 워싱턴 디시(DC) 국방부 청사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과 회담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 국방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각) 한반도 전술핵 배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부 고위인사가 전술핵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섣부른 논의로 정부의 ‘전술핵 반대’ 입장에 혼선을 부르고 정치적 논란만 부채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미 국방부 청사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과 만나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술핵 배치 문제를 언급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술핵 배치 얘기가 오가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얘기까지는 하지 않았다”며 상세한 내용엔 함구했다.
전술핵 재배치는 그동안 북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책으로 일부 야당이 강력히 주장하면서 정치 쟁점화된데다, 한반도 비핵화와도 연관된 인화성이 강한 사안이다. 이런 문제를 송 장관이 공식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의 ‘전술핵 배치 반대’ 입장에 혼선을 빚고 공연히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을 수행한 다른 관계자는 “(송 장관이) 우리나라 야당이나 언론에서 그런 (전술핵 재배치) 요구도 있었다는 정도의 언급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도 3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한-미 국방장관이 서로 (전술핵 배치를) 언급한 정도이고 심도 있는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역시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전술핵 배치에 선을 그었다.
한-미 두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속한 전환 노력,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함께했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송 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발사대 4기 추가 배치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선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을 밟아야 한다는 데 양해를 해달라고 했더니 매티스 장관이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29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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