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김형덕 민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한국이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남북 대화의 문이 열립니다.”
탈북민 출신인 김형덕 민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지난 4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이런 해법을 제시했다. 민주연구원은 집권 민주당의 정책연구기관이며, 그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정책특보이기도 하다. 그는 또 지난 2005년부터 개인적으로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를 운영하며 평화담론을 확산시켜왔다.
무엇을 설득하자는 것일까? 김 연구위원은 그 대상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꼽는다. 연합군사훈련 축소 문제는 정치권에서는 일종의 터부처럼 여기는 것이다. 자칫하면 ‘종북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1993년 19살 때 북한을 탈출해 남과 북 두 사회를 모두 겪었기 때문이다.
6차 북핵실험 ‘한반도 위기’ 해법은
“제재 일변도론 성공 가능성 낮아
남쪽이 상황 주도할 때 북도 호흥” 3년간 돌격대 근무 19살때 ‘탈북’
“모든 게 부족한 북체제 싫어서…”
“북한사회 목표도 ‘행복 추구’ 이해를” 김보근 선임기자 하지만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한미 군사훈련 축소 논의는 국민들의 불안감만 키우는 건 아닐까? 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제재 일변도의 북핵 해법은 ‘북한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반한 것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습니다. 한국이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떤 계기를 통해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는 “그러면 북한도 남한의 대북 대화 제의에 호응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25년 전 그의 탈북 동기는 “북한 체제가 싫어서”였다. 16살 때부터 건설노동을 위한 ‘돌격대’에 입대해 3년 동안 지켜본 북한은 모든 것이 부족했다. 아직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이전 시기였는데도, 돌격대조차도 건설에 필요한 공구나 자재가 태부족이었다. 그의 할아버지가 고당 조만식 선생이 주도한 조선민주당 출신으로 북한 체제에 저항적 태도를 보였던 것도 탈북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북한에서 살았던 세월보다 더 많은 세월을 남한에서 보내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경험을 했다. 1997년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졸업했고, 2001년에는 탈북민 최초로 국회의원 정책비서가 돼 ‘북한 이탈 주민 정책’을 입안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촛불시위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 하면서 남한 사회의 민주주의 진전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경제적?사회적으로 북한에 비해 크게 앞서 있는 남한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 몰이해’ 만큼은 북한과 닮았다”는 점이다. “남쪽에 와서 ‘북한에서는 사랑도 결혼도 당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얘기를 들었을 때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남녀가 사랑하는 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회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그는 긴장이 점증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에 대한 이런 몰이해를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북한 사회의 목표와 사람들의 삶의 목적입니다. 대부분의 남한 사람은 북한의 사회적 목표가 ‘남한을 위협하여 무력통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의 최대 목표 역시 우리와 똑같은 ‘행복 추구’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행복을 추구하는 데, 왜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것일까? 그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경제가 어렵고 국가가 힘이 없는 상황에서 핵무기까지 없다면 미제의 식민지 신세로 전락하고 노예같은 삶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점점 강화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그 명백한 증거로 제시된다. 이런 조건에서 북한 주민들은 ‘현재로서는 국방을 강화하는 게 최선의 행복 추구 전략’이라고 느낀다. “현재 심화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북한 지도부의 ‘생존논리’와 함께 북한 주민들의 ‘행복 추구 심리’가 결합돼 있는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이 미국을 설득해 연합군사훈련을 완화했다는 식의 소식이 전해진다면, 북한 당국도 계속 도발로 나아갈 명분이 약화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북한 주민들부터 ‘남쪽이 전쟁연습을 하지 않는데, 우리 지도부는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할 테니까요.” 그는 “북한 주민들로부터 ‘경제성장 등 다른 식의 행복 추구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이며, “이는 북한 당국이 대화에 나서도록 하는 압력이 된다”고 판단한다. “고립과 압박으로 북핵 문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근대 이후 고립으로 망한 나라는 전 세계에 없습니다. 핵 개발 명분의 근원을 파악하고 포기할 유인을 제공할 때 비로소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가 볼 때 한국이 주도적으로 한반도 긴장상황을 완화시켜나가는 것은 ‘핵 개발 명분의 근원’을 약화시키면서 ‘포기할 유인’을 제공하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에게 또다른 방식의 ‘행복’에 대한 기대에 눈뜨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남쪽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도 순탄치도 않다는 사실을 잘 안다”고 말한다. “남북이 ‘평화 번영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은 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대와 쇠락의 길’로 계속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김 연구위원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선택은 박근혜 정부와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말을 맺었다. tree21@hani.co.kr
김형덕 민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제재 일변도론 성공 가능성 낮아
남쪽이 상황 주도할 때 북도 호흥” 3년간 돌격대 근무 19살때 ‘탈북’
“모든 게 부족한 북체제 싫어서…”
“북한사회 목표도 ‘행복 추구’ 이해를” 김보근 선임기자 하지만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한미 군사훈련 축소 논의는 국민들의 불안감만 키우는 건 아닐까? 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제재 일변도의 북핵 해법은 ‘북한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반한 것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습니다. 한국이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떤 계기를 통해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는 “그러면 북한도 남한의 대북 대화 제의에 호응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25년 전 그의 탈북 동기는 “북한 체제가 싫어서”였다. 16살 때부터 건설노동을 위한 ‘돌격대’에 입대해 3년 동안 지켜본 북한은 모든 것이 부족했다. 아직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이전 시기였는데도, 돌격대조차도 건설에 필요한 공구나 자재가 태부족이었다. 그의 할아버지가 고당 조만식 선생이 주도한 조선민주당 출신으로 북한 체제에 저항적 태도를 보였던 것도 탈북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북한에서 살았던 세월보다 더 많은 세월을 남한에서 보내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경험을 했다. 1997년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졸업했고, 2001년에는 탈북민 최초로 국회의원 정책비서가 돼 ‘북한 이탈 주민 정책’을 입안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촛불시위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 하면서 남한 사회의 민주주의 진전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경제적?사회적으로 북한에 비해 크게 앞서 있는 남한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 몰이해’ 만큼은 북한과 닮았다”는 점이다. “남쪽에 와서 ‘북한에서는 사랑도 결혼도 당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얘기를 들었을 때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남녀가 사랑하는 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회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그는 긴장이 점증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에 대한 이런 몰이해를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북한 사회의 목표와 사람들의 삶의 목적입니다. 대부분의 남한 사람은 북한의 사회적 목표가 ‘남한을 위협하여 무력통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의 최대 목표 역시 우리와 똑같은 ‘행복 추구’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행복을 추구하는 데, 왜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것일까? 그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경제가 어렵고 국가가 힘이 없는 상황에서 핵무기까지 없다면 미제의 식민지 신세로 전락하고 노예같은 삶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점점 강화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그 명백한 증거로 제시된다. 이런 조건에서 북한 주민들은 ‘현재로서는 국방을 강화하는 게 최선의 행복 추구 전략’이라고 느낀다. “현재 심화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북한 지도부의 ‘생존논리’와 함께 북한 주민들의 ‘행복 추구 심리’가 결합돼 있는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이 미국을 설득해 연합군사훈련을 완화했다는 식의 소식이 전해진다면, 북한 당국도 계속 도발로 나아갈 명분이 약화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북한 주민들부터 ‘남쪽이 전쟁연습을 하지 않는데, 우리 지도부는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할 테니까요.” 그는 “북한 주민들로부터 ‘경제성장 등 다른 식의 행복 추구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이며, “이는 북한 당국이 대화에 나서도록 하는 압력이 된다”고 판단한다. “고립과 압박으로 북핵 문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근대 이후 고립으로 망한 나라는 전 세계에 없습니다. 핵 개발 명분의 근원을 파악하고 포기할 유인을 제공할 때 비로소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가 볼 때 한국이 주도적으로 한반도 긴장상황을 완화시켜나가는 것은 ‘핵 개발 명분의 근원’을 약화시키면서 ‘포기할 유인’을 제공하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에게 또다른 방식의 ‘행복’에 대한 기대에 눈뜨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남쪽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도 순탄치도 않다는 사실을 잘 안다”고 말한다. “남북이 ‘평화 번영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은 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대와 쇠락의 길’로 계속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김 연구위원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선택은 박근혜 정부와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말을 맺었다.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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