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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다음주의 질문] 북핵의 시간은 누구 편일까

등록 2017-09-08 21:42수정 2017-09-08 21:49

지난 3일 오후 서울역에서 한 군인이 북한 핵실험 관련 속보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3일 오후 서울역에서 한 군인이 북한 핵실험 관련 속보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북한이 핵 개발 뜻을 내비친 건 1990년 9월이라고 한다. 당시 김영남 외교부장은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한-소 수교 계획을 알리기 위해 방북하자 면전에다 “쏘련이 남조선과 ‘외교관계’를 맺으면 조쏘동맹조약을 스스로 유명무실한 것으로 되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때까지 동맹관계에 의거했던 일부 무기들도 자체로 마련하는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고 한다. ‘동맹관계에 의거했던 무기’는 핵무기를 에둘러 가리킨 말이다.

미국은 앞서 1980년대 말부터 북한의 핵 개발을 의심했다. 위성사진으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이는 93년 3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요구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맞서면서 촉발된 1차 북핵위기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났다. 북한은 핵실험을 여섯 차례 했고,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북한의 핵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 북한의 핵시설이 외부인에게 공개된 것은 2010년 11월 미국의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 일행의 초청 방문이 마지막이다. 이후 영변 핵시설의 활동은 위성사진 등을 통해서나 어림짐작할 뿐이다.

북한은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플루토늄 보유량은 그나마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에서 추정되고 있고, 전문가들 사이에 추정치의 편차도 그리 크지 않다. 매년 플루토늄 6㎏ 이하를 생산할 수 있는 5㎿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가동은 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 시설이 가동되면 배수시설에서 나오는 뜨거운 증기나 차량의 들락거림 등은 위성사진에 포착된다. 헤커 박사는 지난해 8월 ‘38노스’에서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을 32~54㎏으로,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SISI) 소장은 지난해 6월 발표한 글에서 35.5~42㎏으로 추정했다. 군당국은 2016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을 50㎏ 정도로 평가했다.

고농축 우라늄은 사정이 다르다. 원심분리기 시설은 위성으로 감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 사이에 보유량 추정치도 어떤 가정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크다. 2016년 국방백서는 아예 구체적인 추정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실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은 2010년 11월 북한이 헤커 박사 일행에게 원심분리기 2000기를 전격 공개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 시설은 매년 무기급 우라늄 40㎏을 농축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 시설의 건물을 2013년 두 배로 확장했다. 뛰어난 은밀성 때문에 나중에 다른 곳에 비밀시설이 더 있었다는 게 밝혀져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수소폭탄에 필요한 삼중수소 생산 능력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추정만 할 뿐이다. 수소폭탄은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중수소는 바닷물을 전기분해하거나 증류해 추출할 수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는 자연상태에선 얻기 어렵다. 리튬-6에 중성자를 쏘아 인위적으로 증식해야 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휴 차머스는 “영변의 5㎿ 원자로에서 리튬-6를 조사하면 1년에 삼중수소 수그램을 얻을 수 있고, IRT-2000 연구용 원자로에선 증폭핵분열탄 12기 분량(1기당 3그램)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삼중수소 능력이 실제 확인된 건 없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의 파괴력은 티엔티(TNT) 환산량 0.8㏏이었다. 그러나 이번 6차 핵실험은 파괴력이 최소 50㏏ 이상이다. 100㏏ 이상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핵실험이 북한 주장대로 수소폭탄이었던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도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그동안 대북제재를 여덟 차례 했으나, 북한의 핵능력이 갈수록 고도화하는 것을 전혀 막지 못한 것이다.

한·미 두 나라는 또다시 더 강력한 제재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제재를 핑계로 사실상 두 손 놓고 있는 사이 북한의 핵능력은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한다. 기다리면 언젠가 대화할 때가 오긴 오는 걸까.

박병수 정치에디터석 통일외교팀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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