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첫 병역판정검사가 실시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입영대상자가 검사를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눈 위에 멀미 예방 패치인 ‘키미테’를 붙이는 등 병역 면탈 행위가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병 대상으로 분류된 ㄱ씨는 ‘키미테’의 주성분인 스코폴라민이 눈에 들어가면 동공이 확대돼 시력장애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악용하려다 덜미가 잡혔다. ㄱ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에 2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병역판정검사에서 2급 판정을 받아 군의관으로 입대해야 했던 의사 ㄴ씨는 허위진단서를 제출해 4급 판정을 받았다. 군의관보다 공보의가 생활이 편한 것으로 알려져 동료 의사 명의로 통풍이 있다는 허위진단서를 만들어 제출한 것이다. ㄴ씨는 수차례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멀쩡한 무릎을 수술해 병역 면탈을 하려던 ㄷ씨의 시도도 법망에 걸렸다. ㄷ씨는 2015년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판정을 받자 의사와 짜고 아무 이상이 없는 무릎에 무릎 십자인대 재건수술을 하고 수술 소견서를 제출해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 간 병역 면탈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적발된 병역 면탈은 227건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적발된 인원은 2013년 45명, 2014년 43명, 2015년 47명, 2016년 5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고의로 체중을 늘리거나 감량한 경우가 57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신질환인 것으로 위장했다가 적발된 경우와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문신을 한 경우가 각각 52건 확인됐다. 이 밖에도 안과 질환 위장이 22건, 어깨 탈구, 수지 절단, 척추 질환, 고아로 위장한 경우 등을 합해 40건이 적발됐다.
병무청은 2012년 병역 면탈 행위를 수사하기 위해 신체검사 전문가 등 군·경 수사경력자 등으로 꾸린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본청과 서울·대구지방청에 배치된 26명을 제외하면 각 지방청마다 1명씩만 배치되어 있어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영교 의원은 “병역처분 기준을 강화하고, 특사경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병역면탈 행위가 날로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국방의 의무를 다한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걸기 위해서라도 이런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