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관, 리 부위원장 만나 “합의사항 이행” 강조
금강산 관광 7돌 기념행사가 19일 오후 금강산에 있는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기념행사를 기점으로 북쪽이 9월 이후 관광객 수를 절반 가량 줄이며 불거진 금강산 관광 파행사태는 정상화했다.
이날 기념행사에 남쪽에서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북쪽에서는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모두 700여명이 참석해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그러나 북쪽이 ‘기생 야심가’로 지명한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북쪽의 입북금지 조처가 풀리지 않아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정동영 장관은 이에 앞서 환영 만찬 행사가 끝난 18일 늦은 밤, 리종혁 부위원장과 2시간여 동안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정 장관은 19일 오후 금강산에서 남쪽으로 출발하기 앞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리 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15, 16차 장관급 회담과 10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합의 사항 가운데 북쪽이 이행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한 이행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특히 “(10월로 예정됐던 동해선·경의선) 철도 시범개통 등 군부간의 협상이 뒷받침돼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며 “군 장성급 회담의 조속한 이행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과 리 부위원장의 면담은 ‘회담’이 아니다. 리 부위원장이 정 장관의 공식 대화 상대도 아닐뿐더러, 격도 맞지 않는다. 다만, 정 장관은 리 부위원장을 통해 북쪽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도 메시지의 최종 수신처에 대한 질문에 “대남사업 책임자”라고 말했다. ‘군사적 보장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병목 현상을 빚고 있는 사안들을 빨리 해결하자는, 북쪽에 대한 은근한 압박인 셈이다.
정 장관의 메시지는 정부가 남북 교류의 방향을 당분간 ‘내실 다지기’로 설정한 것임을 확인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이달 23일부터 이틀 동안 개성에서 열리는 경협위 위원급 실무접촉도 남쪽이 먼저 제안했으며, 주로 ‘군사적 보장장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과 북쪽 사이에 현안으로 걸려있는 윤만준 사장 및 개성관광 문제는 해결에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정은 현대 회장과 리 부위원장은 19일 오후 면담을 했으나, 완전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리 부위원장은 “금강산 정상화는 응당 했어야 했다”면서도 “개성관광은 좀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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