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방통위에 사실상 해임 요청
<한국방송>(KBS) 이사진들이 업무추진비(법인카드)를 동호회 회식비나 유흥주점 경비 등 사적인 용도로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개인적인 일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지만 영수증 제출 등 소명하지 않은 금액도 7400여만원에 이르렀다.
감사원은 24일 ‘한국방송 이사진 업무추진비 집행 감사’ 보고서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하고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이인호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 10명(퇴직 이사 1명 제외)에 대해 비위의 경중을 고려해 해임 건의 등 인사조치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이 이사장의 경우 주말 자택 인근에서 사용된 식사비 등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데도 이를 소명하지 않은 금액이 2821만8000원으로 가장 많아, 감사원이 사실상 방통위에 그의 해임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방통위가 이인호 이사장 등 옛 여권 추천 이사를 해임 제청할 경우 한국방송 이사회가 재편되면서 ‘한국방송 정상화’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감사원 감사는 한국방송 이사진 11명이 2015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2년 동안 집행한 업무추진비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업무추진비는 대외협력을 위한 업무용 외에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감사보고서를 보면, 한국방송 이사진은 업무추진비 1176만원을 동호회 회식비나 가요음반 구입, 단란주점 경비, 휴대폰을 비롯한 개인용품 구입 등 사적 용도로 부당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이들은 업무추진비 7419만원을 법인카드 사용이 제한된 선물을 구입하거나, 주말에 또는 자택 인근에서 식사비를 결제하고도 직무관련성을 입증할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됐다. 감사원은 “감사 기간 동안 이사진별로 2차례 이상 소명을 요구했으나 소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노지원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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