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국 전역에 도달하는 역대 최장 사거리 ICBM”
북한이 29일 새벽 발사한 ‘화성-14형’ 계열 탄도미사일은 역대 최대 사거리인 것으로 평가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 정점고도 4500㎞, 비행거리 960㎞라며 “화성-14형 계열 장거리 탄도미사일”이고 밝혔다. 북한은 올해 화성-14형을 두 차례 발사한 경험이 있다. 7월4일 발사 땐 고도 2802㎞, 비행거리 933㎞였고, 두번째 발사였던 7월28일에는 고도 3724.9㎞, 비행거리 998㎞였다. 이번에 기록한 고도 4500km, 비행거리 960km는 과거보다 훨씬 더 높이 솟구친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미가 정밀 분석 중에 있다”며 기술적 평가를 유보했다. 그러나 과거 미사일 발사와 단순히 수치를 비교해 보면, 그동안 북한의 화성-14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은 일정정도 기술적 성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이번 발사와 관련해 “대기권 재진입 등 기술적으로 보완하고 확인해야할 사항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화성-14형의 1, 2차 발사를 지켜본 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이라고 평가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란 용어에 ‘급’자를 붙여 ‘ICBM급’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대기권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ICBM이 아닌 ‘ICMBM급’이라고 설명했으나, 정부가 북한을 ICBM 보유국으로 공인하는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신조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통상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에 따라 분류하며, 사거리 5500㎞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분류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과거 1, 2차 발사 때처럼 고각으로 발사했다. 정상각도로 발사하면 미국 전역까지 닿는 1만3000㎞를 날아갈 것으로 미국의 전문가 데이비드 라이트(David Wright)가 밝혔다. 라이트는 이날 ‘참여 과학자 모임’(UCS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누리집 블로그에서 “과거 두 차례 발사 때 각각 37분과 47분 비행했던 것과 비교해 이번에는 훨씬 긴 54분을 비행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런 정도의 미사일은 워싱턴을 포함한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탄두 무게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한 성능 평가는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두 무게가 가벼우면 더 멀리 날아가고, 무거우면 사거리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라이트도 “이번에 발사 때 가벼운 모형 탄두를 탑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무거운 핵탄두를 1만3000㎞까지 실어나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노재천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번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되어 고도가 4천500㎞에 달해 정상적으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1만㎞ 이상일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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