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1월29일 발사한 2단 형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의 1단에 ‘쌍둥이 엔진’을 탑재해 추력을 2배 이상 증강시키는 진전된 기술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1단 엔진 부분. 김동엽 경남대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연합뉴스
북한이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 역량을 입증했으며, 미사일 기술 분야에서 ‘프로 무대’에 올라섰다고 미국 미사일 전문가가 평가했다.
미 참여과학자연대(UCS)의 미사일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는 2일(현지시각)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화성-15형은) 미사일이 더 크기 때문에 재진입체 크기도 더 커졌고 형태도 바뀌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라이트 박사는 “(발사 장면을 보고) 미사일 뒷부분에 두 개의 노즐이 있다는 점에 놀랐다. 이는 지난 ‘화성-14’형 미사일과 본체는 같지만 다른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1단계, 2단계 엔진 2개 모두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화성-15형이 화성-14형의 개량형이 아니라, 엔진까지 다른 새로운 미사일이란 얘기다. 라이트 박사는 “2단계 엔진은 사거리를 늘리는 데 사용되는데, 이번 시험 발사 사거리가 길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며 “1단계 엔진의 변화에 대해서는 아직 분석 중인데, 분명한 건 미사일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만들고 또 어떻게 변화를 줄지에 대한 북한의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미사일 개발에 있어 확실하게 ‘프로 무대’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라이트 박사는 화성-15형의 미 본토 타격 가능성에 대해 “이번 실험을 통해 북한이 적어도 적은 중량의 탄두를 탑재해 미국 전역에 닿게 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갖고 있는 걸 알게 됐다”며 “(핵탄두 장착으로) 사거리가 줄어든 미사일이 미 서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목표지점까지 정확히 날아가는 유도제어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반면 라이트 박사는 “정확성에선 조금 오차가 있을 수도 있지만, 북한이 충분히 우수한 유도제어 기술을 개발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췄는지에 있어서는 의문이 있지만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갖고 있는 역량 내에서 재진입 기술을 해결할 방법이 있다.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라이트 박사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한 북한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다음 과제는 이 미사일(화성-15형)을 개량하거나 (핵탄두를 장착한 뒤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도록) 더욱 강력하고 큰 미사일로 만드는 것”이라며 “또 개발 중인 핵탄두의 중량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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