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항에 정유제품을 옮겨실은 뒤 10월19일 북한 선박 ‘삼정2호’에 정유제품을 넘긴 홍콩 선적 선박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29일 오후 여수항 인근 묘박지에 발이 묶여 있다. 연합뉴스
공해상에서 한 홍콩 선박이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배에 정유제품을 불법으로 옮겨 실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29일 기자들에게 “여수항에 입항해 정유제품을 옮겨싣고 출항한 홍콩 선적 선박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10월19일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삼정 2호’에 정유제품을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이전했음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정부 조사 결과, 홍콩 배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Lighthouse Winmore·이하 윈모어호)는 지난 10월11일 오후 8시께 여수항에 입항해 나흘 만인 10월15일 일본산 정유제품 1만4039t을 싣고 대만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 배는 목적지인 대만에 입항하지 않고 10월19일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삼정2호에 600t 정도의 정유제품을 옮겨 실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배가 정유제품을 실은 뒤 북한으로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배는 빌리언스 벙커 그룹(Billions Bunker Group)이라는 대만 소재 기업이 임대해 사용하는 중이었다. 윈모어호는 이 기업의 지시에 따라 북한 배에 정유제품을 옮겨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배에는 중국인 선원 23명, 미얀마인 2명 등 모두 25명이 타고 있었다. 지난 10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북한 선박으로 물품을 옮겨 싣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10월말께 한-미 공조로 삼정2호가 북한 선박이라는 사실, 또 정유제품을 옮겨 실어 북한으로 가지고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지난 11월23일 윈모어호가 다시 여수항으로 들어왔고 정부는 지난 23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해당 선박을 붙잡아 배에 실린 짐을 동결하고 검색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러한 조치 결과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례는)북한이 불법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교묘히 우회하는 대표적 사례다”라고 밝혔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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