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인근 판문점과 남북출입사무소 표지판 밑으로 차들이 빠르게 달리고 있다. 남쪽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쪽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각각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 대표단은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만나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등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을 하루 앞둔 8일 통일부는 막바지 회담 준비로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남과 북은 이날도 오전 9시30분(북한시각 오전 9시)께 업무 개시 통화를 하고, 회담에 필요한 내용을 주고받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쪽 회담 대표단은 9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출발할 예정이다. 회담 대표단은 승용차 3대에 나눠 타고, 수행원과 현장상황실 요원 등 지원인력이 탄 버스 2대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판문점으로 향하게 된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북쪽 회담 대표단과 수행원·취재진 등은 오전 9시30분께 군사분계선을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어 남쪽 판문점 연락관의 안내에 따라 차량을 타고 판문점 남쪽 지역에 있는 평화의집으로 이동하게 된다. 남쪽 차석대표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평화의집 앞에서 이들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은 오전 10시 남과 북 5명씩 모두 10명의 대표단 전원이 참석하는 전체회의로 개막된다. 양쪽 수석대표가 머리발언을 통해 회담에 임하는 소회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나 “평창올림픽·패럴림픽 북한 참가와 관련해 논의를 집중하겠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산가족 문제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워낙 중요한 시기에 열리는 회담이고 국민들이나 국제사회의 관심도 많은 만큼 성실하게 준비해서 회담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체회의가 끝나면 수석-차석대표 회담을 비롯해 남북 담당자들 사이에 개별 회담이 이어지면서 회담 의제를 조율하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게 된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인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문제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이미 큰 틀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이미 북쪽에 육상 또는 해상을 통한 방문과 공동입장·공동응원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남쪽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 기획사무차장, 북쪽의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이 개별 회담을 통해 △북 선수단·대표단 이동경로 △개·폐막식 남북 공동입장 △응원단·예술단 파견 △남북 공동응원 등을 두고 실무적인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등 3명은 리 위원장 등 조평통 소속 북한 대표단 3명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조 장관과 통일부가 지난해 7월17일 정부가 제의한 ‘군사분계선상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적십자회담’에 관해서도 논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분야에서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와 별도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각급 후속 회담을 성사시켜 대화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결정의 여세를 몰아 북-미가 대화로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며 “서로 과욕을 부리지 말고, 대화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행동을 삼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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