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 세번째)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일 “북한에서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참관단, 기자단, 예술단 등 400명에서 500명 사이의 엄청난 규모의 대표단이 (평창겨울올림픽에)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한 후원기업 신년 다짐회’에서 이렇게 전망하고 “북한 대표단의 방문 경로부터 방문 방식, 편의, 기술 문제까지, 또 선수들의 경기 참여부터 그 모습을 북한에 전송하는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에 관해 차질 없이 협의를 진행해 평창올림픽의 성공뿐만 아니라 한반도가 처한 상황, 전세계가 놓여 있는 여러 상황을 개선하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날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이 대규모 대표단 파견을 파격 제안한 만큼 400~500명 규모의 대표단을 상정하고 관련 준비에 만반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도 2년1개월 만에 마주앉은 남과 북이 3개 항의 공동보도문에 합의하고, 체육·군사당국회담 등 후속 회담을 열기로 뜻을 모아낸 것에 대해 “무난한 첫걸음이다”라고 평가하며, 후속회담 등을 통해 남북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가야 한다고 했다. 후속 회담에서 작은 성과들을 쌓아 남과 북이 신뢰를 회복한다면,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에 맞춰 2차 고위급회담을 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남북이 공동보도문 1항에서 합의한 북쪽 대표단 파견과 이를 위한 실무회담 개최가 관심사다. 특히 평창올림픽 개막(2월9일)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쪽이 고위급 대표단을 비롯해 선수단·응원단·예술단·참관단·태권도시범단·기자단까지 파견하겠다고 판을 키웠고, 사전 현장답사를 위해 북쪽이 선발대를 파견하기로 남북이 합의한 터라 실무 준비를 위한 후속 체육회담이 시급하다. 시일이 촉박한 탓에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실무회담을 열어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 당국자는 “북쪽도 방남단 구성 등 내부적으로 준비를 해야 하고, 우리 쪽도 북 대표단 맞이할 채비를 갖춰야 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가 수시로 북쪽과 문서를 교환하며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공동보도문 2항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당국회담 개최와 다양한 분야의 접촉·왕래·교류 활성화 합의를 병렬로 적은 것은, 이견은 뒤로 미루고 합의 가능한 내용을 담아내기 위한 실사구시로 볼 수 있다. 애초 정부는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의했지만, 북쪽은 군사당국회담 개최에만 합의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군사당국회담에서 어떤 내용을 다루느냐는 문제와 별개로 북쪽이 이를 받아들인 것 자체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안의 시급성에 비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공동보도문에 나오는) ‘다양한 분야의 접촉·왕래·교류’에 이산가족 문제를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공동보도문 3항에서 남북은 기존의 남북선언을 존중하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남북관계의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파탄지경에 이르렀던 남북관계의 전면 복원에 시동을 걸었음을 뜻한다. 향후 고위급회담을 포함한 각급 회담을 이어가며, 평창올림픽이 만들어낸 ‘기회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남북 사이에 이견이 있는 문제는 후속 회담으로 미루고, 일단 평창올림픽에 초점을 맞춰 큰 틀에서 합의한 모양새”라며 “판문점 연락채널과 서해 군통신선 복원 등을 통해 남북관계가 회복 단계를 거치고, 파기 상태였던 남북 합의를 되살리는 과정을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와 제도화로 지속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환 노지원 기자
inhwan@hani.co.kr